‘수출 가능한 킬러 방송 콘텐츠 만들자.’
지상파와 케이블TV의 디지털전환, 인터넷(IP)TV 신규 서비스 등 미디어의 진화에 발맞춰 디지털 방송 콘텐츠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킬러 콘텐츠라면 디지털 방송 등에 맞는 HD급 영상이라는 점과 탄탄한 구성을 바탕으로 하는 질적 수준이 높은 상품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수출로 ‘규모의 경제’ 달성= 박준영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 원장은 기획 단계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방송 제작 시스템을 강조했다. 박 원장은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IPTV나 등 새 플랫폼만 나올 게 아니라 HD급 콘텐츠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이왕이면 국내 4800만명이 아니라 세계시장 4억8000명, 48억명을 염두에 둔 ‘기획-제작-마케팅-재투자’의 선순환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콘텐츠 발전을 위해서는 창의적 전문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방송 콘텐츠시장은 규모가 작다. 전체 1800만 가입자로 추가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제작 단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어 국내 시장만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가 없다. 방송콘텐츠를 반드시 수출 상품화해야 하는 이유다. 방송영상 산업은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한다.
◇“콘텐츠만의 지원책 필요하다”=유세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회장은 “현재 방통융합 논의는 전송 수단의 디지털화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며 “디지털방송콘텐츠진흥법(가칭) 제정 등 콘텐츠 업계를 독려할 별도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고속도로가 개통돼도 여기에 다닐 자동차나 물동량이 없다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HD급 영상 제작과 송출에는 기존 아날로그방식보다 큰 비용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PP나 제작사들은 고품질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업계에서는 △협소한 국내시장으로 수익성 한계 △대형 제작사 부재로 글로벌 경쟁력 약화 △불법복제 등 비정상적 유통환경 △스타의존도 심화에 따른 콘텐츠 질적 저하 등을 지적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이 재탕, 삼탕해 가며 시장을 독식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의 PP계열사는 케이블 방송시장과 위성방송에서 각각 25%, 43%의 시청률을 장악했다. 다양한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전문 콘텐츠제작사나 PP들에게 최소한의 성장기회는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디지털 공동제작 센터 요구 많다”=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전문 디지털 공동제작센터 건립을 건의하고 있다. 영세한 PP나 독립제작사들에게 방송제작 터전을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중복투자를 막고 업계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제작비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콘텐츠 제작업계에서는 일회성 제작비 지원보다는 항구적인 제작 인프라 확충이 더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콘텐츠를 마케팅할 전문 유통채널에도 요구가 많다. ‘한류’를 잘 활용해서 현지 시장조사와 마케팅, 유통까지 담당할 수 있는 전담창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영철 케이블TV방송협회 국장은 “온라인상에 글로벌 콘텐츠 유통 마켓을 만드는 등 해외 유력 기관과의 협력도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통위와 문화부로 분산돼 있는 방송콘텐츠 진흥업무를 한곳으로 일원화해 빠른 정책결정과 지원이 진행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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