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업계 "SK브로드밴드 잡아라"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텔레콤)가 SK그룹에 편입되면서 통신장비 업체들의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가 ‘간판’을 바꿔 달면서 예상했던 협력 업체간의 역학 구도 변화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존 SK브로드밴드 시장을 독점해온 회사는 수성을 위해, 그 동안 기회만 엿보고 있던 회사들은 새로운 공급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변화의 시작 ‘정중동’=그 동안 SK브로드밴드 네트워크 부문을 독점해 온 시스코의 경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아직 설치 작업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최대 경쟁사 중 하나인 주니퍼가 부산 지역에 공급했던 대용량 라우터 T640 2대를 테라급 T1600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주니퍼 입장에서는 자존심과도 같은 최대 용량 라우터를 국내에 첫 공급하는 것이다. 반면 시스코는 안방까지 경쟁자를 들여 놓은 셈이다.

 최근에는 대규모 구매가 뒤따르는 스위치 분야 공급사(벤더)의 물밑 작업도 한창이다.

 ◇방어와 공격 준비에 총력=SK브로드밴드의 네트워크 장비 공급을 독점하다시피 한 시스코는 최근 통신사업자 담당 임원을 새로 영입하는 등 조직을 재정비했다. SK브로드밴드 사수가 1차 목표다.

 다른 벤더들도 관련 영업 조직을 대폭 강화하거나, 내부 담당자를 교체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벤더뿐 아니라 공급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일부 기업은 경쟁 기업의 팀 전체 인력을 스카웃하기도 했다.

 ◇IT 공급 그룹 3사가 ‘열쇠’=업계는 SK브로드밴드 공략의 열쇠를 SK그룹에 대부분의 IT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SK C&C, SK네트웍스, SK텔레시스 등 3개사로 보고 있다. 전송장비 기업은 SK텔레시스, 코어장비는 SK C&C 등의 묵시적인 관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IP멀티미디어서브시스템(IMS) 등의 공급업체 선정 과정에서 일부 변화 조짐이 보이기도 했지만, 이 같은 관행은 여전히 유효하다.

 업계 관계자는 “12월 중순께로 예정되어 있는 본사 이전과 이를 전후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 등과 맞물려 SK브로드밴드 내에서도 다양한 역학구도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변화와 함께 찾아볼 다양한 기회를 찾기 위해 업체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