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동통신 관련 우리나라의 국제특허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질적으로 낮을 뿐만 아니라 시장 확보력도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이 올 4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을 대상으로 ‘차세대 이동통신 국제특허의 질적 수준 및 시장확보력’을 조사한 결과 특허 피인용 비율(CPP:Cites Per Patent)이 미국·일본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전 세계 시장 지배력을 가늠하는 평균 패밀리 수(PFS:Patent Family Size)에서도 이들 나라보다 크게 뒤졌다. 심지어 평균 패밀리 수는 6에 불과해 국제평균치(6.88)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피인용 비율도 2에 그쳐 미국·일본·유럽·대만을 합한 평균치(4.07)의 절반이 채 안 됐다.
차세대 이동통신을 새로운 성장동력 삼아 민관이 표준 선점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국제 특허 경쟁력이 기대 이하로 드러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세계 5강에 들 만큼 특허에 관한 한 선진국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정도지만 특허 출원 등 지식재산권 분야는 7∼8%나 된다. 하지만 그 실상을 보면 양적으로는 많은데 질적 수준은 낮은 외화내빈형이 대다수다. 얼마 전에도 한국의 SCI 논문이 양적으로는 세계 13위임에도 불구하고 피인용 횟수는 1%대에 그쳐 질적인 면에서 선진국에 한참 뒤진다는 국회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이동통신 국제 특허 조사는 질은 차치하고 양적인 면에서도 선진 경쟁국보다 크게 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 통신사와 나라들은 오는 2011년께로 예상되는 차세대 이동통신(4G) 기술 표준을 앞두고 물밑에서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는 특허권 확보가 기업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미래 시장을 선점하는 데 확실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텔 등과 함께 모바일 와이맥스 에볼루션이라는 기술을 차세대 이동통신(4G) 기술로 밀고 있는데 노키아 등 유럽이 중심이 된 롱텀에볼루션(LTE)과 퀄컴이 주도하는 울트라모바일브로드밴드(UMB) 등과 치열한 표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와이브로 기술이 3세대 이동통신 국제 표준으로 확정되면서 이동통신 국제 표준을 둘러싼 국내외 글로벌 통신기업 간 경쟁은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 우위를 가져다줄 특허 경쟁력이 경쟁국보다 낮게 나타난 것은 우려스럽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차세대 이동통신 핵심기술 중 하나인 직교주파수분할다중접속(OFDMA)의 핵심 특허를 가장 많이 가진 기업 중 하나로 조사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또 다른 4G 핵심기술인 다중안테나신호처리 방식(MIMO)은 퀄컴을 비롯해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루슨트 같은 미국 기업이 거의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이번 특허 조사 결과를 업계와 공유하기 위해 표준특허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특허청이 12일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한다니 기대가 된다. 어차피 표준과 관련된 특허 활동은 정부나 기업이나 서두를수록 좋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차세대 이동통신 국제 표준을 주도하기 위한 우리 정부와 기업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