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공무원인 다다 사토시(25)는 요즘 지갑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 안전한 요금 결제는 물론 무료 쿠폰과 선물까지 안겨주는 휴대폰 전자지갑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다다씨처럼 모바일 지갑을 소유한 사용자가 전체 휴대폰 가입자의 절반인 5000만명을 넘어섰다. 로이터는 전세계 모바일 지갑 시장이 높은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확산이 더딘 가운데 유독 승승장구하는 일본의 성공 비결을 엿봤다. 조사 기관인 주니퍼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13년까지 모바일 지갑 사용자는 7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아라’=모바일 지갑의 사용을 꺼리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익숙치 않아서’이다. 일본의 사업자들은 외출할 때 지갑보다 휴대폰을 먼저 챙기는 20·30대 젊은이들을 먼저 공략했다. 모바일 지갑으로 지불할 때마다 제공되는 할인 쿠폰을 마케팅 전략으로 100% 활용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들의 쇼핑 행태를 역추적함으로써 효율적인 고객관계관리(CRM)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일본 맥도날드와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모바일 할인 쿠폰을 테스트 중이다. 소니와 도코모의 합작사인 펠리카네트웍스도 소매점에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선보였다. 맥도날드는 일본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내년까지 전세계로 모바일 할인 쿠폰 제공 지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금융권과의 윈윈 모델을 만들어라’=모바일 지갑이 금융과 전화 사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에 대한 고민을 낳았다. 일본 이동통신사들은 다각도로 금융권과 협력을 모색하면서 이같은 우려를 불식했다. KDDI는 지난 7월 일본 최대 금융사인 미쓰비시UFJ은행과 합작해 은행에 가지 않고 휴대폰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온라인 은행을 설립했다. NTT도코모는 일본 3위 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와 협력 아래 신용카드와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스터카드 모바일 사업부의 제임스 앤더슨 부사장은 “은행들은 모바일 지갑 ‘기술’은 신뢰하지만 이동통신 서비스와 지불 결제 사이의 수익 모델을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라’=모바일 지갑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휴대폰의 가격 경쟁력도 해결 과제 중 하나다.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가 지난해 선보인 NFC폰은 보안칩이 추가되면서 핀란드에서 일반 모델보다 100유로 가량 비싸졌다. 반면 일본의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소니의 비접촉 IC 카드 기술 방식인 ‘펠리카(Felica)’ 칩을 신형 제품에 의무적으로 내장,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보안 문제 해결을 위한 행보도 남다르다. 도코모는 원격 잠금 시스템을 개발, 휴대폰 가입자 외에 다른 사용자가 결제를 시도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