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미니노트북PC 이른바 ‘넷북’의 가격인하 경쟁이 불붙고 있다. 주요 노트북PC 업체들이 연말 특수를 겨냥, 경쟁사 기선제압 차원에서 파격적인 가격인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가격 인하 바람은 예년 처럼 연말을 앞둔 시점의 한시적인 판매가격 할인 방식이 아닌 큰폭의 출하가 인하라는 점에서 소비자에겐 이득이 되겠지만 노트북PC 업계 입장에선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델은 11일을 기해 넷북의 일본 판매가격을 최대 30% 인하했다. 운용체계(OS)로 리눅스가 탑재된 ‘인스파이론 미니9’ 가격은 종전 약 5만엔에서 3만5000엔으로 떨어졌다. 윈도XP가 OS로 탑재된 제품은 6만5000엔에서 5만엔으로 인하됐다. 이는 넷북 경쟁업체인 HP와 도시바가 지난달과 이달 일본 시판제품의 가격을 인하한 데 따른 대응조치다.
지난달 말 HP는 ‘2133 미니노트PC’ 제품의 가격을 최대 25% 인하한 바 있다. 1.2㎓ 중앙처리장치(CPU), 1기가바이트(Gb) 메모리, 120Gb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이 탑재된 보급형 제품의 가격을 종전 5만9850엔에서 4만4730엔으로 낮췄다. 1.6㎓ CPU, 2Gb 메모리, 160Gb HDD가 탑재된 고급형 제품은 종전 7만9800엔에서 6만4680엔으로 인하했다.
델과 HP의 넷북은 각각 9월과 6월에 출시돼 지난 수개월간 넷북 특수를 누렸기 때문에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도시바의 경우는 출시 직후부터 가격인하 대열에 끼어들며 고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지난 9월 도시바는 10월말로 예정돼 있는 넷북 ‘NB100’ 출시에 앞서 7만4800엔씩에 예약판매한 바 있으나 10월 중순 들어선 6만9800엔으로 가격을 낮춘 데 이어 10월 이후부턴 또 다시 가격을 인하해 5만9800엔에 양판점을 통해 넷북을 판매 중이다.
여기에 넷북 원조업체 격인 아수스텍을 비롯해 에이서 등도 가격인하 경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내년엔 후지쯔도 넷북 시장에 가세할 예정이어서 경기한파로 꽁꽁 얼어 붙어있는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한 업체들의 가격인하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