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의 중심인 대덕단지 네거리에는 2층으로 된 나지막한 기역자형의 대덕단지관리소 건물이 서 있었다.
연구소 일로 방문하기도 했고, 가끔씩 그 앞을 지나가면서 참 정겹게 느껴지던 곳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건물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지상 10층 규모의 대덕특구비즈니스허브센터를 건설한다면서 지난해 7월 그 건물을 허물어 버렸고 현재는 터파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979년에 설치된 대덕단지관리소는 대덕전문연구단지관리본부가 입주했다 2005년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에서 이관받아 사용해오고 있었다. 대덕단지관리소는 대덕연구단지에 대한 개발과 입주기관의 연구생산성 제고 등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한 애환과 추억이 스며 있는 곳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대덕단지관리소 건물이 해체됐는지 관련기사를 검색해 보니 책임자는 “건립된 지 30여년이 넘어 노후화됐다”며 재건축의 이유를 들고 있다.
2006년 당시에 정확히 23년밖에 되지 않은 건물을 사실과 다르게 말하면서까지 꼭 철거했어야 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대덕단지관리소는 건축면적이 좁았고, 뒤편에 주차장이 넓었기 때문에 기존 건물을 두고 조화로운 새 건물을 충분히 세울 수 있었다.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없이 독단적으로 대덕연구단지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건물을 훼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영국의 예를 들면 내가 머물던 에든버러대학교의 과학기술혁신연구소는 조선 숙종 23년에 해당하는 1697년 지어진 건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대과학기술의 역사가 짧지만 국가과학기술개발의 산실이 됐던 곳을 잘 보존해 그곳에서 일했던 연구자들의 땀과 노력이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기 바란다.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앞으로 대덕특구비즈니스허브센터가 들어서면 1층 로비에 대덕단지관리소 소개용 전시코너라도 만들었으면 한다. 황병상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외협력부장 bshwang@kbs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