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게임행사인 ‘지스타’가 나흘 일정으로 13일 일산 킨덱스에서 열린다. 올해 네 번째인 이 행사는 미국의 E3와 같은 글로벌 게임쇼를 목표로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글로벌 게임쇼의 면모를 보여주기보다 여러 문제점만 노출했다. 내실보다 외형에 치우친 것이 대표적이다.
‘지스타’가 아닌 ‘걸스타’라는 비아냥에서 알 수 있듯 도우미들의 지나친 복장은 지스타를 눈요기 행사로 전락하게 만들었고, 비즈니스 지원이 미약해 소니 같은 글로벌 기업의 불참을 낳았다. 이 때문에 행사 참여를 위해 많게는 수억원을 들인 업체들은 참여 비용에 비해 성과가 미약하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다행히 올해는 이 같은 문제점을 많이 개선했다고 한다. 비즈니스 지원을 강화했으며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참여형 여가문화 조성에도 힘썼다고 한다. 전시회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규모만 놓고 보면 이번 지스타의 성적은 나쁜 편이 아니다. B2C관 85개사를 비롯해 B2B관 83개사 등 일부 중복업체를 제외하고 162개 업체가 참가했다. 역대 최다 참가다. 이 중 해외업체는 전체의 30% 정도인 58개사에 달한다. 해외 참가국도 지난해보다 3개국이 늘어나 16개국에 이른다. 특히 높아진 비즈니스 기대치를 반영하듯 B2B 참가기업이 지난해보다 17개사가 늘었다. 여기에 13·14일 이틀간 열리는 글로벌 수출상담회에는 해외에서 62개사가 바이어로 참가하기로 해 지스타가 비즈니스 전시회로 자리 매김하는 데 한몫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 등 10개국 500여명의 선수단과 관계자가 참가하는 세계e스포츠대회도 이틀간 열린다고 하니 국내 게임산업의 대외 위상 강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사실 세계 속 우리 게임 위상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게임은 여전히 우리의 차세대 성장동력이자 국가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실제로 수출하는 문화콘텐츠 중 절반가량인 49%가 게임이며 영업이익률을 보면 제조업을 훨씬 능가하는 고부가산업이기도 하다. 세계 60여개국에서 이용하고 있는 우리 온라인게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0%를 넘으며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세계적 게임축제인 월드사이버게임스(WCG)에서 금메달 3개를 획득해 2001년에 이어 네 번째로 종합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 게임산업의 앞날은 불투명하며 해결 과제도 많다. 미국·일본 등 대형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업체가 국내외에서 압박하고 있으며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무엇보다 게임산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시나리오와 기획력이 글로벌업체보다 낙후돼 있어 문제다. 다행히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엔씨소프트의 신작 게임 ‘아이온’이 국내 게임 중 처음으로 서비스 첫날 동시접속 10만명을 돌파하는 등 오랜만에 우리 게임업체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만 같은 동남아 시장에서도 점차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위험과 기회 속에 우리 게임업체들이 서 있기 때문에 올해 열리는 지스타는 더욱 시선이 간다. 지스타가 보다 내실 있는 글로벌 행사로 발돋움함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우리 게임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