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장차법 재검토 요구높다"

 기간통신사업자에게 통신중계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통신중계서비스는 청각·언어장애인의 문자나 영상(수화) 메시지를 중계사가 전화(음성)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실시간 전화중계 서비스다.

 13일 통신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통신중계서비스의 공공적 성격, 통신의 사적 성격, 통신기술 발전 추세 등을 고려할 때 통신사업자에 대한 통신 중계서비스 의무 부여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국무회의 통과한 장애인 차별금지법 개정안에는 기간통신사업자에게 ‘통신장비를 통한 중계서비스 또는 이에 상응하는 수단을 확보하여 제공하여야 한다(제21조 5항)’는 규정이 신설됐다. 공공기관 및 방송에 의무를 부과했던 기존 법에서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이 법률안 검토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의 오승종 변호사는 “중계서비스는 통신의 제공이라기보다는 공공재 제공이라는 측면이 강하고 장애인의 의사소통 권리를 보장할 의무는 국가 또는 공공기관, 홈쇼핑업체 등 각 영역 담당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사기업에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영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일괄해 갖추도록 강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통신의 사적 성격을 고려할 때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오 변호사는 “통신사업자는 공공기관 및 방송사업자와 달리 비밀의 범위에 속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통신의 내용은 내밀성, 비공개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만큼 사기업이 통신 내용을 중계하는 것은 사적 영역을 침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의 경우 3세대(G) 영상통화 및 문자메시지 등 장애인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통신기술 환경이 고도화됐기 때문에 별도 중계서비스의 필요성이 낮다. 여기에 이미 정보문화진흥원이 문자중계, 영상중계, 네이트온 메신저 중계 등 통신중계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가 중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중계서비스는 공공재 성격을 띤 복지서비스의 일환으로 제3의 기관을 통해 정부가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모든 기간통신사업자들은 보편적 역무의 일환으로 장애인에 대해 연간 약 3000억의 요금 감면을 제공하고 있고 장애인의 사용률이 높은 이동전화의 경우 무료 영상전화와 문자서비스를 자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