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공룡`도 몸집 줄인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 침체가 세계 정보기술(IT)업계에도 현실화됐다.

 13일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은 4분기 매출 예상규모를 10억달러(1조3920억원)가량 낮춘다고 밝혔다. 인텔의 실적은 IT업계 경기 지수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통한다.

 인텔은 당초 4분기 매출을 101억∼109억달러로 예상했으나 90억달러 안팎으로 하향 조정했다. 인텔에 따르면, 고객사 대부분이 매출 급감을 우려, 전 반도체 제품에서 주문량을 줄이고 있다.

 폴 오텔리니 인텔 CEO는 “1년 이내에 실업률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컴퓨터와 전자 제품 수요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세계 최대 휴대폰 칩 개발업체인 퀄컴의 폴 제이콥스 CEO는 “휴대폰 제조업체로부터 칩 주문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며 “신규직원 고용을 전면 중단하고 몇 가지 연구 프로젝트도 퇴출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퀄컴은 지난 10월부터 휴대폰 제조업체의 주문이 급감했으며 이 같은 상황은 2분기에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휴대폰 5개사에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는 내셔널세미컨덕터도 이번 분기 실적 예상치를 전 분기 대비 10% 이상 낮췄다. 또 해외 제조인력을 중심으로 한 5%(330명) 감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도 4분기 순이익이 45% 줄었다면서 직원 1800명을 줄이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마이크 스프린터 어플라이드 CEO는 “경기 침체가 좀 더 확대될 것이고 1년 혹은 그 이상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에는 이동통신서비스업체 보다폰이 10억파운드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했다. 상반기 순이익(3∼9월)이 작년도 32억9000만파운드에 크게 모자라는 21억4000만파운드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IT산업은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맞고 있다”면서 “내년도 IT 부문 예측 규모를 당초 5.9% 성장에서 2.5% 성장으로 낮춘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