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진정한 IPTV 시대가 열린다. KT와 MBC가 지상파 재전송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실시간 방송이 가능한 IPTV 상용화 시대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된 것이다. 사실 IPTV는 통신은 물론이고 방송계에서도 매우 오랜만에 등장한 신규 서비스다. 그만큼 신시장 창출이 기대되고 동시에 전후방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아 가뜩이나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산업계에 한가닥 빛으로 다가서고 있다. 특히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면서 선보인 첫 대중 서비스라는 점에서 반갑기 그지없다.
어렵고 복잡한 길을 돌아와 이제 출발선에 선 IPTV기에 연착륙을 향한 희망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산고를 이겨내고 옥동자를 출산한 것처럼 이제는 이해당사자가 그간의 모든 대립과 반목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공동의 이익 창출과 대국민 편의 증진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물론 전국 네트워크를 실현하기 위한 지역 지상파사업자와의 협상이 남아 있고 케이블사업자의 반발이 여전하지만 기왕 시작한 뉴미디어라면 신성장동력으로 만드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는 대신 성공을 담보할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IPTV 사업자는 지상파와 케이블사업자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번들 모델 치중, 약탈적 가격정책 등은 지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닌 공통의 파이를 키우는 작업에 먼저 나서달라는 것이다. 신사업의 특성상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도 새로운 기회를 얼마든지 자산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여기에는 기술적으로 무한대의 채널과 양방향성이라는 특징이 뒷받침되지만 중요한 것은 컨버전스의 신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하는 사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지상파사업자는 지금도 1800만 시청가구 가운데 80% 이상이 케이블과 위성 등을 플랫폼으로 삼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IPTV를 이용해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상파의 신수익원을 만들어 내고 말겠다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당장 직접 피해가 우려되는 케이블 사업자 역시 어차피 외면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을 수용한다면 그 나름의 탈출구를 찾고 진전된 사업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그래서 통신, 지상파, 케이블 사업자 전체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에 초점을 맞출 때다.
IPTV는 방통융합의 첫 상용서비스인만큼 초기 시장 진입 단계가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자는 적어도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서는 곤란하다. 프로그램 시청 중 화면이 끊긴다든지, 양방향 소통에 장애가 발생하는 등 네트워크 안정성에 빨간불이 켜진다면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다. 하지만 초기 시장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부문은 보안이다. 서버기반의 통신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해킹에 노출될 위험성을 늘 안고 있다. 프로그램 시청 중 쇼핑도 하고 메일도 보내며 인터넷뱅킹도 가능한 편리성을 강조하지만 일단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기존의 사태와는 파장 자체가 다를 정도다. 개인의 신상정보에서, 금융정보, 소비형태, 취미 등 가입자의 ‘모든 것’이 흘러 나간다. 사업자는 보안 사고에 비상한 관심과 대책을 수립하는 안전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이 밖에 기술적인 표준화 문제 등도 정부와 치밀하고 완벽한 조율을 통해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고 장기적으로는 기술외교력을 발휘해 한국 기준이 국제 표준으로 정립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