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곳곳에서 해적들이 출몰해 각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해적을 퇴치하고 선박을 보호하는 첨단 기술들이 잇따라 선보였다. 지난해 해적으로부터 공격받은 건수는 총 452건으로 5년 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0만배럴급 사우디 유조선이 납치돼 국제사회에 충격을 준 소말리아 해역은 지난해에만 100% 늘어 통행금지 구역으로 통할 정도다.
19일 BBC, 레드오르빗 등에 따르면, 배와 승무원, 화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해적 문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등장, 선박에 탑재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장거리 음파기기(Long-Range Audio Devices·L-RAD)’나 ‘자기청각기기(Magnetic Acoustic Devices·MAD)’다.
이들 기기는 비살상용 무기로 분류되지만, 전통적으로 소리가 큰 스피커보다 더 큰 음파를 만들어 해적에 위협을 가한다. MAD 관련 기술을 개발한 HPV테크놀로지 바한 시미디언 CEO는 “우리는 비행기의 소음 정보를 이용해 큰 소음을 만들어 낸다”면서 “이 소리는 보통 음보다 더 멀리 전달된다”고 말했다.
해적이 선박 가까이 올 때 MAD를 경고(사이렌) 모드로 작동시키며 좀더 가까이 접근하면,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음으로 바꾼다. 이 소리는 적을 짜증나게 만들어 방향 감각을 상실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경고용으로 쓰이는 L-RAD나 MAD의 성능을 최대치로 조정하면, 사람을 넘어뜨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도 발휘한다. 시미디언 CEO는 “스피커가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직 공군 출신인 닉 데이비스는 L-RAD와 MAD를 이용, 해적을 퇴치하고 8500만톤 화약 탱크선을 지킨 경험이 있다. 데이비스는 “적들이 1마일 이내로 근접했을 때 경고음을 울렸고, 지역연합공군에 초단파(VHF)로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적이 400미터 근방까지 무기를 휘두르며 접근했지만, L-RAD를 이용한 경고음이 계속 울리자 결국 철수했다”고 말했다.
한 네덜런드 회사는 9000볼트 전압이 흐르는 전기 울타리 ‘시큐어 십(Secure Ship)’을 선보였다. 시큐어십은 군사 지역에 쳐놓은 방어벽처럼 적들의 침략으로부터 선박을 보호한다. 이 제품의 경우 가연성 화물이 실린 선박에서는 위험하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와 폭발성 기체가 만나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캠브리지 컨설턴트는 ‘홀로그래픽 레이더’를 내놓았다.홀로그래픽 레이더는 사각지대 없이 선박 전체를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해적의 기습 침투를 감지하는데 유리하다. 회사 측은 “이 기술이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곧 모든 선박의 필수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