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답답하지만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임직원이 자괴에 빠졌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인터넷진흥원(NIDA)·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KIICA)과 통합할 예정인데, 방송통신위원회가 통합기관 이름을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KISA 임직원 300명에게는 ‘이름이 뭐 그리 대수일까’ 하고 쉽게 웃어 넘기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통합 기관명에 비춰 직원 수 90명인 NIDA에 300명이 흡수 통합되는 형국이다. 서로 다른 세 기관의 기능·업무를 통합하면서 제3의 이름을 쓰지 않고 굳이 ‘한국인터넷진흥원’을 선택해 KISA 300명과 KIICA 40명 등 340명을 위축시키려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지난 1996년 4월 설립돼 3개 기관 가운데 상대적으로 역사가 깊어 직원과 업무가 가장 많고 해외 인지도가 높은 KISA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3개 기관 임직원이 ‘한국정보통신원’ ‘한국방송통신기반진흥원’ 등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설문)된데다 방통위 실무진도 ‘한국네트워크진흥원’을 바랐지만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 선택돼 KISA 직원의 상심이 더욱 깊다.
상심이 깊되 ‘달리 할 말이 없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니 재고해달라”며 떨쳐 일어설 수도 없기 때문이다. 상급 기관의 결정에 반기를 들면 살림(예산·업무)이 쪼들릴 것이 분명해서다. 더구나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중간 규모 기관이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인터넷 중심 정보통신사회를 감안한 선택”이라고 못 박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모든 것은 인터넷으로 통합되기에 그런 의미를 포함한 결정”이라는 송도균 부위원장 앞에서는 감히 입을 열지 못할 처지다.
‘답답한 사람이 송사한다’고 했던가. 송사조차 못하는 KISA 직원들 가슴에 검댕이 잔뜩 끼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