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T부처 다툼’ 볼썽사납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부처 간 볼썽사나운 다툼이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IT 분야 주무부처 논란이다. 정보통신부의 기계적 해체에 따른 부작용을 누누이 강조했지만 마이동풍이던 정부가 스스로 화를 키운 셈이다. 지식경제부 관할권에 뒤늦게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의를 제기, 팽팽한 대립 구도를 보이고 있는 판에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까지 가세했다. 디지털방송콘텐츠 진흥에 관한 주체세력과 지원자금 조달문제가 핫이슈다. 자연히 이 분야 관할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방통위와 격돌할 수밖에 없다. 이로써 IT 관할부처 문제는 지경부와 방통위, 방통위와 문화부, 나아가 3개 부처가 서로 얽히고설킨 입체적이고도 복잡한 고난도 방정식으로 변했다.

 부처 이견의 핵심은 ‘재원’이다. 실제적으로 산업을 지원, 육성하기 위한 자금은 일반회계에서 끌어오기가 매우 어렵다. 자연히 한 해 1조원 규모의 정보통신진흥기금에 시선이 쏠리게 된다. 방통위가 징수기관과 집행기관의 이원화에 따른 혼란 및 차세대 정보통신 성장동력 집중지원 필요성을 내세우며 정통기금의 조정을 요구하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방통위는 이 참에 기존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운용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심산이 깔려 있다. 엄연히 현행 법상 관할을 명시받은 지경부로서는 아연실색할 일이다.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지만 드러내놓고 밥그릇 싸움할 수 없어 내부적인 반격 논리를 확보하고 결사항전 태세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는 재정부가 ‘일반회계 귀속’이라는 반협박성 통보를 하기에 이르렀고 청와대가 진행사항을 파악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두 부처의 협의로는 해결이 안 될 것이고 자칫 행안부, 문화부에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내년에는 기존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서 회수한 노른자위 주파수 재배치가 기다리고 있다. 기존 할당 대가 방식을 유지해도 엄청난 출연금이 정통기금으로 편입되고 만약 방통위가 추진하는 주파수 경매제를 시행한다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올 수도 있다.

 여기에 문화부가 디지털방송콘텐츠 육성을 계기로 뛰어들었다. 지난 정부의 구획정리도 그랬고 지금도 방송은 방송위원회가, 콘텐츠는 문화부가 각각 맡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방송콘텐츠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모든 기술과 산업이 융·복합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방송도 될 수 있고 콘텐츠도 가능하다. 우선은 소관부처 싸움을 자제한 채 산업진흥을 겨냥한 법 제정과 재원 조달 방안에 주력한다지만 어차피 양측의 영역다툼은 불가피하다. 재원은 기존 정통기금에서 전용하는 것이 규모가 가장 크겠지만 이미 내년도 예산계획까지 수립된 마당이라 여의치 않고 방송발전기금을 활용하자니 액수가 너무 작다. 이조차 방통위가 호락호락 응해줄 리 만무하다.

 앞으로 이 같은 부처 간 대립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컨버전스 트렌드의 필연이다. 졸속개편의 후유증을 안고서라도 현행 체제를 유지할지, 과감히 부처 간 교통정리를 단행할지, 결정해야 한다. 자율 협의가 불가능하다면 청와대가 개입하는 것도 고려할 시점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숨이 넘어가고 있다. 모든 부처가 위기극복에 역량을 총동원해도 쉽지 않은 판에 IT 관할권을 두고 티격태격할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