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은 우주개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쥘 베른이 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1865년)’에서 포탄에 몸을 싣고 달로 가는 상상을 한 지 약 100년 후인 1961년,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1969년에는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다. 소설 속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후 본격적인 우주개발이 시작됐고, 불과 반세기 만에 인류는 우주개발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우리나라는 우주 선진국에 비해 40년 정도 뒤늦게 우주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짧은 역사에도 우리의 우주개발 능력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1992년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2006년에는 세계 곳곳을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는 해상도 1m급의 첨단위성 ‘아리랑 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로켓 분야에서도 로켓발사장인 우주센터를 건설했으며, 과학로켓 개발사업을 통해 로켓기술의 국산화 개발 능력을 향상시켜왔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해 유인 우주탐사 영역에 첫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했다. 내년 상반기에 우리나라는 국내 우주개발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소형위성발사체 ‘KSLV-Ⅰ’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KSLV-Ⅰ의 첫 발사 성공확률은 27.5% 정도로 매우 낮다. 선진 우주개발국 역시 처음 개발한 로켓 발사에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우리에게도 실패는 있을 수 있다. KSLV-Ⅰ 발사는 발사 성공 여부를 떠나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매우 크다. 한정된 예산과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우주발사체 개발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기술자문회사인 푸트론에 따르면 연간 우주산업 시장은 1000억달러 규모에 이르고 매년 20% 내외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우주산업 시장이 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은 기술 파급효과가 매우 큰 지식집약형 산업으로, 국가 위상 제고와 일상생활의 복지향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구 자원의 고갈에 대비한 대체에너지 자원의 보고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어 앞으로 우주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도 기존의 ‘우주개발중장기계획’에서 진일보한 방향으로 우주탐사, 핵심기술 확보 등에 중점을 둔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과 ‘우주개발세부실천로드맵’을 수립하고 우주강국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 상반기에 KSLV-Ⅰ 발사에 성공한 후, 1.5톤급 저궤도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한국형 발사체 KSLV-Ⅱ를 독자 개발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기술로 달 탐사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우리 힘으로 달 탐사선을 달에 보내는 것은 러시아,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인도 등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 우주 7대 강국으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한정된 우주개발 예산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기계, 전기, 전자, 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요구되는 우주개발 특성상 전문 인력 부족은 장기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주를 향한 꿈과 도전의식, 정부의 확고한 정책의지와 지속적인 투자, 그리고 거기에 국민의 관심과 응원이 더해진다면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백홍열/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phy@ka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