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휴대폰 기록 노출 사건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통신사 내부자가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 당선자조차 개인 정보 노출에 무방비라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 이동통신 업체인 버라이즌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일부 직원들이 불법적인 경로를 이용해 오바마 당선인의 휴대폰 기록에 접속했다고 밝혔다. 로웰 맥아덤 버라이즌 회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바마 당선인에게 사과한다”며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오바마 휴대폰에 접촉을 했던 모든 직원들을 정직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오바마의 개인 정보를 열람한 직원들은 모두 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버라이즌은 문제의 직원들이 접근했던 오바마의 휴대폰은 e메일과 데이터 서비스 기능이 있는 블랙베리나 고성능 휴대폰이 아닌 단순한 음성 전화였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당선인이 쓴 휴대폰에는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보이스 메시지 기능이 없기 때문에 내용은 살펴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기록이 남았다면 언제든 지 노출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다 버라이즌은 현재 어떤 정보가 노출됐는지, 몇 차례에 걸쳐 무단 접근이 이뤄졌는지, 몇 명이나 사건에 연루됐는 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내부 조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혀 향후 추이에 따라 사건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통화 내용은 알 수 없어도 오바마 당선인이 누구와 언제 통화했는 지, 그리고 요금 납부 내역 등은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문제의 휴대폰은 오바마 당선인이 올 초부터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