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개성공단 위기 종합대책 필요하다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시작한 지 5년여 만에 중대 위기를 맞았다. 어제 북한은 다음 달 1일부로 개성관광과 남북 간 철도운행을 중단하고 개성공단 남한 측 상주인원을 절반으로 줄이도록 하는 강도 높은 통행 차단 조치를 남한에 통보했다. 앞서 지난 6일에도 북한은 군부 인사를 개성공단에 보내 현장을 조사하는 등 그동안 개성공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22일 유엔 총회 대북 인권결의안 채택과 이명박 대통령의 워싱턴 기자간담회 발언 등으로 북한이 자극을 받은 것 같다. 이번 개성공단 남한 상주인원 감축과 개성관광 중단을 시발로 앞으로 북한은 점차 수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면 개성 공단 완전 폐쇄와 서해상 군사 충돌, 그리고 남북관계 전면 중단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남북이 신뢰를 재구축하고 우리 민족의 나아갈 방향을 설정, 힘을 합해 하나씩 실행해도 모자랄 판에 긴장만 고조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럴 때일수록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개성공단마저 무너지면 남북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길로 빠져든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지나칠 정도로 느긋하다.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에도 큰 손해인만큼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 걱정스럽다. 지금 북한에 밀리면 버릇을 못 고친다는 당국 간 기 싸움도 작용하는 것 같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 북한보다 우리가 입게 될 손해가 더 클 것이다. 직접적인 투자손실만 1조원을 넘고 남북 긴장에 따른 국가신인도 하락과 경제적 파급까지 고려하면 수조원에 이를 것이다. ‘상황을 철저히 관리하며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더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다. 사태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더욱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찾아야 한다. 중국과 미국의 외교라인을 동원해서라도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터 개성공단 폐쇄라는 최악의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개성공단 2단계 착수와 기숙사 건설 등 긍정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구체적인 실행 안을 만들어 북한과 협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과거 정부 인사라도 내세워 대북 특사 파견과 고위급 회담 추진 등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북한이 개성공단 제한 조치를 실행에 옮길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지도 지금쯤 로드맵이 나와 있어야 한다. 그때 가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꼴이 된다.

 정부·기업·지원기관·전문가 등으로 개성공단 위기 대책반을 가동해 종합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해야 한다. 개성공단 폐쇄가 입주기업의 모기업 부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중소기업계의 선도 그룹들이다. 이들 기업마저 무너지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남북협력기금 손실보조제도는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북한도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극단적 압박수단이 아니라 대화와 평화적 방법을 통해 논의하는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길 때마다 걸핏하면 개성공단 폐쇄 같은 으름장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개성공단 문제만큼은 남과 북 당국이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개성공단이 어떠한 정치·군사적 비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통일경제의 한마당’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chobh21@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