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위해성 물질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제품에 대한 환경규제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EU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라 불리는 리치(REACH)는 산업계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위해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마련됐으며, ‘등록하지 않은 화학물질은 시장에 들어올 수 없다(No data, No market)’는 강력한 원칙을 내걸고 있다.
즉, 리치에 사전 대응하지 않으면 기존 수출기업들은 다른 나라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고, 새롭게 수출하려는 기업들이 슬기롭게 대응하면 신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EU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은 제품에 포함된 관련 유해물질 정보를 다음달 1일까지 사전에 등록해야 보다 까다로운 본등록을 최대 2018년까지 유예받을 수 있다. 사전 등록만 하면 이 기간 동안 EU에 수출하는 데 유해물질과 관련된 환경규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다는 의미다.
사전 등록의 이점은 금전적으로도 유용하다. 본 등록은 제품에 포함된 유해물질을 분석하고 EU 화학물질청이 제시하는 까다로운 절차에 따라 수십단계의 절차를 걸쳐 유해물질을 등록해야 한다. 물질의 특성자료, 유해성 및 위해성에 관한 모든 시험자료를 유럽화학물질청(ECHA)에 제출해야 하며 이러한 분석 자료도 국내에는 몇 개 안 되는 시험기관만 공식 인정된 우수 실험실 운영 기준에 따라 도출돼야 한다. 아울러, 등록은 반드시 유일 대리인(only representative)을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물질 한 개당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전 등록을 하면 이러한 본등록의 부담이 대폭 완화된다. 아울러, 지식경제부, 환경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 합동의 리치 대응단에서는 사전 등록에 필요한 화학물질 분석부터 등록대행까지 소요 비용을 전문기관을 통해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이 리치에 직간접적인 관련성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자가진단 등을 통한 분석이다. 마지막 단계인 사전 등록 번호 획득에서는 EU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일 대리인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언어적 문제뿐만 아니라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따른다.
물론 내달 1일 사전 등록 기간 이후에 EU로 처음 수출하는 기업들은 현재의 사전 등록 절차에 따라 사전 등록 번호를 획득하면 사전 등록을 한 것으로 간주해 본등록에 대한 유예 조치의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본등록은 절차가 까다롭고 등록비용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무료 분석지원 범위를 강화하고 시험분석에 소요되는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유일 대리인을 거친 본등록 대행에 추가적인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업체당 지원한도를 확대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제도가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중소기업이 리치 지원제도를 잘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충식 중소기업청 기술혁신국장 ycs2449@smb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