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제금융 기업 `허리띠 죈다`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받으려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가 정부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 ‘등 떠밀리기’ 식의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26일 외신들은 에드워드 리디 AIG 회장이 향후 2년간 연봉으로 1달러만 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리디 회장은 올해와 내년 보너스 반납은 물론, 퇴임 시 퇴직위로금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단 2년후 탁월한 업무수행 능력이 입증됐을 경우에 한해 상여금을 받기로 했다.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1525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것에 대한 보은 차원의 조치다. AIG의 다른 7명의 고위 경영진들도 올해 상여금을 반납하고, 내년까지 임금을 동결키로 했다.

부실기업의 임원 보수 제한을 요구해오던 앤드류 쿠오모 뉴욕 검찰총장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회사가 잘 나갈 때 큰 혜택을 챙겼던 경영진들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다른 기업들도 월스트리트의 현실에 눈을 떠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에 앞서 쿠오모 총장은 AIG가 지난 10월 리조트에서 44만달러를 들여 회의를 개최한 것을 놓고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이후 AIG는 800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이벤트 160건을 한꺼번에 취소한 바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미국 자동차 빅3 CEO들은 내달초 워싱턴 방문시 자가용비행기 대신 자동차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 19일 하원금융서비스위원회에 공적자금 250억달러 지원을 호소하러 가면서 왕복 2만달러 가량의 비용이 드는 자가용비행기를 이용해 빈축을 산 바 있다. 당시 의회는 괘심죄를 적용해 표결을 취소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후원을 계약기간보다 1년 앞당겨 해지했다. GM은 뷰익 브랜드의 광고모델 비용으로 우즈에게 지불하던 연 700만달러의 비용을 줄였다. 70억달러 규모의 퇴직자 의료비 지급 연기 계획도 마련했다.

포드 역시 논란이 된 자가용비행기 5기에 대한 매각 의사를 내놨고, 정규직 10% 감원 및 항공출장 자제 방침을 세우는 등 잇따른 자구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여론을 의식한 때늦은 조치란 지적과 함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