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산학협의회가 26일 발족했다. 이날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발대식에는 산업계와 학계를 비롯해 전문가 100여명이 참가해 SW산업 경쟁력을 향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자동차와 휴대폰의 개발 원가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은 데서 알 수 있듯 SW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터넷과 연계된 휴대폰으로 세계 휴대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애플을 보자. 애초 컴퓨터 회사인 이 회사는 휴대폰과 인터넷을 연결해주는 SW가 있었기에 지금의 휴대폰 강자가 됐다. 휴대폰 업체에서 서비스 회사로 포지셔닝을 새롭게 하고 있는 노키아 역시 SW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인식, 이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실제로 터치 방식을 비롯해 휴대폰에서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모바일 콘텐츠는 SW가 없으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휴대폰은 SW 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포털도 마찬가지다. 포털의 인터넷서비스 역시 SW 기술이 없으면 구현이 불가능하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 유명 포털이 ‘개발자 블랙홀’이라 불리며 우수한 SW 인력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동차 같은 굴뚝 산업도 SW 없이는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 SW는 가히 경쟁력 향상의 열쇠라 할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IT를 통한 전통산업 경쟁력 제고도 SW가 제 역할을 해주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이 같은 SW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세계 경제 규모가 13위임에도 SW의 꽃이라 불리는 패키지 분야에서 100대 기업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SW 가치사슬상 맨 위에 있는 IT서비스에서 세계 40위권에 1개 기업이 랭크돼 있지만 이는 글로벌 기업이 매출로 간주하지 않는 외주 용역을 합친 것이고 이를 제외하면 순수 매출은 더 낮다.
우리 SW 산업의 경쟁력이 이처럼 낙후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내수에 치중한 것이 큰 원인이다. SW 강국이라 불리는 인도·이스라엘 등은 처음부터 해외로 눈을 돌리고 글로벌 기업을 공략했기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반면에 우리는 고객사 요구가 까다롭지 않고 내수에 안주하다 보니 연구개발을 게을리 했고 덩달아 품질 향상이 안 됐다. 여기에 기술보다는 낮은 가격을 선호하는 고객의 어긋난 행태도 국내 SW 산업의 후진성을 불렀다. 상황이 이러니 경쟁력 향상의 근간인 우수 이공계 인력이 SW를 기피하고 있다.
이번 협의회 발족은 이 같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SW 강국으로 가기 위한 첫발을 디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실 휴대폰·반도체도 처음에는 초라했다. 이들 분야에서 우리가 오늘날과 같은 강국이 되리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SW도 늦지 않았다. 공공을 비롯해 구매자들이 제값을 주고 높은 품질을 요구하자. 그러면 왜곡된 SW 생태계가 정상화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산업별 대형 연구센터를 세우는 등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민관이 보다 힘을 모으자. 무엇보다 단기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SW 특성상 일관되고도 꾸준한 대규모 정부 지원은 필수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한다면 멀게만 느꼈던 SW 강국은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