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상파 방송 소유 쉬워진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자산 총액 10조원 이하 대기업들도 지상파 방송과 보도·종합편성 방송채널을 살 수 있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 제40차 회의를 열어 상임위원 간 논쟁 끝에 표결(3 대 2)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와 보도·종합편성 방송채널사업자(PP)를 소유할 수 없는 대기업의 자산총액 기준을 ‘3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방통위는 이 같은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와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연내 공포·시행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지상파 방송과 보도·종합편성PP를 소유할 수 없는 기업 수가 57개(자산 총액 3조원 이상)에서 23개(10조원)로 많이 줄어든다.

 그러나 민주당이 ‘5조원’을 적정한 수준으로 보고 별도 의원입법안을 발의한 데다 이해당사자들의 반대도 커 방송 공익성 훼손 논쟁이 한층 격렬해질 전망이다.

 이경자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와 관련, “3조원 기준을 결정했던 2002년 당시를 그대로 차용한다면 5조9000억원 수준이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을 5조원으로 조정한 점을 고려할 때 5조원이 바람직”하며 “현행법상 시행령에서 대기업 기준을 정하도록 한 것은 환경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기준을 조정하자는 취지이니 단계적으로 완화하되 자본의 여론 독점 우려가 불식된 뒤 그 이상으로 해도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기 상임위원도 “방송 상업화로 인한 공익성 훼손의 확증적 연구결과가 없으나 그럴 개연성이 있어 보이니 먼저 5조원으로 정하고 개선 과정에 따라서 그 이상으로 고려하는 게 좋겠다”고 전제한 뒤 세계 미디어 그룹과의 경쟁 등을 감안해 “6조원, 8조원까지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송도균 부위원장과 형태근 상임위원은 “10조원이 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형 위원은 “지난 회의에서 20조원, 50조원을 주장하다가 중간 단계로 사후심의 등을 감안하자는 의견에 맞춰 10조원에 동의한 바 있다”면서 “어쨌든 시장에는 규제가 있어야 하는데 내일 바꿀 기준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라며 10조원을 관철했다.

 최시중 위원장도 개인 소신임을 전제로 “3조, 5조, 7조원이냐 하는 것에 의미가 없다. 증시가 패닉 상태여서 10조가 5조가 되고, 5조가 금방 3조원이 되는데, 규제를 이런 식(금액 기준)으로 하면 방통위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면서 “방송뿐만 아니라 뉴(new), 올드(old) 미디어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한다. 생각 같아서는 50조든 100조원이든 누구나 다 들어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서울 광화문 방통위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강행되면 총파업 등 전면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최문순 의원(민주당)도 천정배·장세환 의원 등과 함께 27, 28일 이틀간 ‘언론 시장주의에 반대한다’를 주제로 연속 토론회를 여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일 태세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