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모욕죄가 발의된 이후 대부분의 법조인이 이를 도입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한마음으로 내고 있다. 사이버모욕죄에 대한 법안이 발의되기가 무섭게 229명의 전국 교수도 한목소리로 사이버모욕죄 입법에 반대하며 입법시도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전자신문의 지난 18일자 칼럼 ‘사이버모욕죄, 현실적 대안을 찾아’를 쓴 이상직 변호사도 여당의원들의 법안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그 글에서 대안으로 거론한 정보통신망법상의 사이버스토킹 처벌조항(정보통신망법 제74조 제1항 제3호)을 언급하는 내용에는 중요한 논의들이 생략된 듯하다.
우선 우리의 법 체계상 사이버모욕 행위에 대안적인 형사벌이 굳이 필요한가 하는 문제다. 이 변호사는 칼럼에서 사회 전반의 공익을 훼손하는 모욕은 비친고죄로 해야 하므로 대안적인 형사벌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만약 공공단체나 공적 인물에 대한 모욕이 비친고죄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이는 과거 국왕모욕죄를 강화해서 처벌해왔던 구습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밖에는 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모욕죄가 비범죄화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왕모욕죄와 비슷한 법을 만들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대법원이 모욕이 가지고 있는 구성요건적인 애매함 때문에 몇몇 사례에서 ‘사회상규’라는 위법성조각 사유로 비범죄화시킨 점을 고려한다면 모욕죄 및 명예훼손법 전반의 재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모욕죄’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신법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모욕죄 개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면 법은 사회발전의 발목을 잡는 존재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해당 칼럼은 사이버모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정보통신망법상의 사이버스토킹 처벌조항을 변형해 적용하면 좋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이버스토킹 조항은 ‘불법정보’라는 구성요건을 포함하고 있어 모욕보다 추상적이며 사실상 포괄위임입법으로 볼 여지가 크다. 그러므로 이 조항은 좀 더 구체적으로 개정돼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법 조항의 광범위한 구성요건에 편승해 사이버모욕죄로 전용하자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셋째, 제한적 실명제를 병행해 운용하면 사이버모욕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지적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른바 ‘사이버모욕’이 다수 나타난다는 다음이나 네이버상의 일반 게시판은 이미 제한적 실명제가 도입된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인터넷상의 규제 방향에 대해 이미 우리 대법원(96도2910)이나 헌법재판소(99헌마480)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국회는 이러한 사법부가 제시했던 규제방향을 따라가지 못하는 개악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만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의 도입은 그러한 개악의 정점이다. 하버드대 요하이 벤클러는 “적어도 인터넷이 무엇인지, 지금 현재 실존하는 경험으로서의 자율성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공부해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사이버모욕 또는 악플이라고 생각되는 행위들의 법적 개념을 구체적으로 종류별로 명확하게 하고, 인터넷상의 자율성을 촉진하는 규제 방법으로 방향을 찾아보는 것이 사이버모욕죄 도입에 앞서 선행돼야 할 일이다. 김보라미 법무법인 문형 변호사 squ24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