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최신·최고의 시설로 단장하고 개통될 예정인 지하철 9호선에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청할 수 없게 됐다.
27일 지상파DMB 6개 사업자가 모여 만든 지상파DMB특별위원회와 위성DMB사업자인 티유미디어는 투자재원 부족을 이유로 서울 지하철 9호선에서 DMB 서비스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세계 최초 모바일방송으로 도입된 DMB가 다른 지하철 노선에서는 서비스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새로 개통되는 최신 지하철에서는 시청이 어렵게 됐다.
지상파DMB특별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지하철이 보편적 서비스 의무 지역이 아니며, 아직 지상에도 음영지역이 있는 상황”이라며 “업체들이 수익이 나지 않고 있어 어떠한 신규 투자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호선 서비스에 필요한 재원 자체도 추정해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위성 DMB사업자 티유미디어 역시 “현재 여건에서는 시설 투자에다 연간 사용료, 유지보수료, 전기료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신규 투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상파DMB는 무료의 보편적 서비스를 지향하며 출범했다. 우리나라에서만 DMB 단말기가 1200만대 이상 판매됐고 DMB기술이 수출 상품화되는 등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국내 서비스 사업자는 누적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양질의 콘텐츠 개발 등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서울 지하철 1∼8호선에는 DMB서비스 사업자가 선투자를 하고 DMB서비스 활성화로 수혜를 보는 단말기 제조사 등이 광고형태로 지원을 하면서 서비스를 해왔다. 하지만 DMB 단말기는 일부 교체수요를 제외하고는 더 팔리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단말기 사업자나 시스템 구축업자들이 DMB 음영지역 해소에 추가 지원할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는 정부가 나서 적정한 광고수익이 나는 환경을 조성해주거나 각 서비스 지역을 관할하는 메트로 같은 기관이 일정 금액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서울 북부, 경기, 인천 등에도 아직까지 서비스 음영지역이 있는 상황인데, 지하철 9호선으로 국한해 서비스를 강제할 생각은 없다”며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부터 재원 지원 등 모든 것을 요구하지만 다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