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창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포스데이타 사장 bcyoo50@posdata.co.kr
어제 사무실 달력을 12월로 넘기며 11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더웠던 가을’로 기억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정도면 굳이 영화 ‘투모로우’나 ‘불편한 진실’을 보지 않았다 해도 지구온난화를 실감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가 잠시 빌려 쓰고 있는 지구를 어쩌다 이렇게 만들었는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IT 분야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과연 IT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 생각을 해본다. 인간이 만든 최고의 기술 중 하나인 IT가 인간 생활에 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고, 또 타 산업에서 발생하는 각종 환경오염을 줄여주고 있는 역할도 하고 있지만, IT 역시 하나의 산업으로서 환경오염에 일조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IT가 진정한 미래산업의 주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타 산업의 친환경화는 더욱 가속하고 IT산업 자체의 환경오염은 줄이는 두 가지 활동이 동시에 전개돼야 하지 않을까. 다행히 많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작년 말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환경을 살리는 친환경IT, 이른바 그린IT가 IT업계의 핫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조사기관인 가트너 그룹이 2008년 10대 기술의 첫 번째로 그린IT를 꼽았으며, 오바마 당선인도 환경 정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달 ‘그린오션 100대 과제’를 제시하며 그린IT를 IT 정책의 중심에 놓고 있으며, 대형 IT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 창출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린IT를 실현하는 방법에는 재활용을 비롯해 납· 수은 등 독성물 사용절제, 에너지 절약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을 잘 활용하면 위의 방법들이 주는 효과는 물론이고 IT 발전도 함께 가져갈 수 있을 듯하다. 바로 와이브로와 같은 무선 네트워크 기술이다. 일단 유선에서 무선으로 가면 자원 투하량이 적다. 지저분한 선이 사라진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고 불필요한 인프라와 IT기기를 줄일 수 있으며 디바이스도 작아지게 된다. 따라서 산업폐기물이 많이 줄어들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전력 사용량 및 메모리 용량도 감소할 것이다.
미래 그린IT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도 무선 네트워크로 꽃을 피울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은 여러 서버와 스토리지를 네트워크로 묶어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IT자원을 인터넷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갖고 있는 디바이스로 접속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의 초고속 무선 데이터 통신의 활용을 상상해 볼 때 두말할 것 없이 여기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인터넷은 모빌리티가 생명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 측에서는 서버를 새로 두거나 추가할 필요가 없게 되며 이는 곧 기업의 IT과잉 투자를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서버를 만드는 데도, 또 그 서버를 버리는 데도 자원이 많이 필요한데 그러한 자원이 다른 곳으로 전용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그린IT는 없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는 태양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아버지 충고를 무시하고 점점 높은 곳을 향해 날아가다 결국 날개가 녹아 떨어져 죽고 말았다. 인류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자연의 경고를 무시한 채 이대로 계속 가다간 우리의 날개도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인간과 환경을 살리는 그린IT, 이제 튼튼한 무선 네트워크로 날개를 교체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