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쪽에서 가장 힘든 업무를 꼽자면 고민할 필요 없이 ‘행사’라고 답할 수 있다. 행사란 미리 준비해 놓은 내용과 방향대로 진행돼야만 본전이다. 본전이라도 찾으려면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생각도 못한 변수가 나오기 일쑤다.
작년 이맘때 진행한 신작 ‘엘소드’ 기자간담회가 대표적 사례다. 이 게임을 만든 개발사는 대구에 있다. 이에 착안해 1부 행사를 대구행 KTX 영화상영칸 전체를 빌려 엘소드 관련 동영상과 내용을 발표하기로 계획했다. KTX 열차 안이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행사 2주 전부터 서울역을 수시로 오가며 무수히 많은 사전 테스트를 진행했다. 물론 사전 리허설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문제는 행사 당일 터졌다. KTX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예상을 뛰어넘는 흔들림이 발생했다. 게다가 진행 중에 발표자용 마이크의 스피커 연결선이 행사 스태프의 발에 걸려 끊어지는 일도 생겼다. 행사 전체는 성공적이었지만 정작 실제 상황에서는 무수한 돌발 변수가 생긴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1년 365일 서비스가 이어져야 하는 온라인 게임 사업은 24시간 행사를 진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주 작은 버그라도 잡기 위해 밤을 새우는 프로그래머와 게임 내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이용자의 하소연을 몇 시간 동안 들어야 하는 운영자, 개발팀과 이용자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마케터에 이르기까지 일에 대한 열정으로 매진하고 있는 사람들이 게임업계엔 유난히 많다. 다들 온라인 게임 서비스라는 ‘행사’를 망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간혹 게임 서비스를 진행하다 이용자의 비난을 듣게 된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는 이용자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 담당자의 모습을 알고 있는 처지에서는 아쉽기도 하다.
게임 서비스의 부족한 점은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개선을 건의해야 한다. 애정어린 질책은 게임을 더욱 재미있고 오래 성공하도록 만든다. 다만 문제를 제기할 때 게임업체 각 담당자의 순수한 열정과 노력을 아주 조금이나마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그 어떤 누구보다 ‘행사’를 멋있게 치러내고 싶어하는 ‘행사 주최자’기 때문이다.
최원혁 넥슨 게임홍보팀 파트장 bbilli@nex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