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 업계가 유료방송 시장에 ‘가격 하한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기존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다 인터넷(IP)TV가 도입되면서 유료방송 시장이 저가 수신료 경쟁으로 공멸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개방과 경쟁을 통한 사용자 권익보호를 강조하는 방침이어서 실제 제도 도입까지는 걸림돌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방송협회는 최근 유료방송 시장에서 상한제를 폐지하는 대신 가격 하한제를 도입하자고 정부에 전격 건의했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업자 간 가격경쟁을 하면서 PP의 수신료가 감소하고 이것이 다시 프로그램 품질저하 및 시청자의 외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자는 것이 골자다.
현재 케이블TV는 아날로그에 1만5000원, 디지털케이블에 2만6000원의 요금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을 뿐 가격 하한제는 없는 상태다.
유세준 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시청자는 방송 가격 경쟁이 이뤄지면 일시적으로 혜택을 받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질 낮은 콘텐츠만 보게 되는 피해자가 된다”며 “방송업계의 현황을 잘 아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조율해 시장 붕괴를 막을 해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현 제도하에서는 케이블TV나 IPTV·위성방송사가 자율 합의로 ‘어느 선 밑으로 가격을 내리지 말자’고 결론을 냈다면 공정거래법상 ‘담합’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업계는 업계 자율 조정보다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다.
위성방송사업자 스카이라이프의 한 임원 역시 “이미 유료방송시장에 혼탁한 저가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가 공세가 가장 심한 케이블 업계가 먼저 가격하한을 두자고 하면 우리 측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유료방송 시장 가격 하한제 도입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 현재 케이블TV 수신료는 정부의 가격감시 대상 품목에도 포함돼 있다.
또 정부는 최저 생계보장을 위한 임금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가격 하한제를 두지 않고 있다. 유료 방송사업자까지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격하한제 도입은 이전 방송위원회 시절부터 몇 차례 나왔던 이슈”라며 “업계 상황은 이해하지만 가격 관련 제도 도입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