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수출 엔진이 꺼지고 있다

아시아 경제를 뒷받침해왔던 수출엔진이 서서히 꺼지고 있다. 전 세계적 경기 침체로 주문이 급감한 데다 금융 부문의 지원마저 어려워지면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의 46%를 차지하는 수출이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직견탄을 맞으면서 세계 경제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싱가포르의 10월 제조업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6%나 줄었다. 수출용 전자제품과 의약품의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대만도 2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3분기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보다도 1.02% 줄었는데, 분기별 수출 감소는 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의 11월 수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나 줄었다.

미국 수출용 디지털 카메라를 주문생산하는 DXG테크놀러지 흐시앙보 호우 매니저는 “주문 물량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근엔 아시아 각국 금융 기관들이 수출 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까지 줄이고 있다. 해외 주문업체들이 대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수출 기업도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홍콩의 중국제조업자협회(Chinese Manufacturers Association of Hongkong) FC 로 부사장은 “홍콩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중국 남부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데 인건비 상승과 각종 신규 규제로 이익이 줄어들고 있다”며 “최근엔 은행들이 자기 생존을 위해 대출까지 줄이면서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만 중소 수출업체들은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대금 결제를 2∼3개월 이상 늦추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만 금융회사인 시노팩 치우 한창 매니저는 “내가 맡은 고객의 60%가 단기 자금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신용도를 유지하는 데 힘겨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때마침 터진 태국의 정국 소요 사태와 인도의 테러 사건이 아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인도는 회계연도 2분기 성장률이 7.6%로 4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패트릭 버넷 소시에떼제너럴 은행 애널리스트는 “더 나쁠 수 없는 시기에 악재가 터져버렸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