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IT트랜스포메이션 `절반의 성공`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HP IT트랜스포메이션 전후 변화

HP가 IT 인프라 운용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3년간의 ‘IT 트랜스포메이션’ 계획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2일 월스트리트저널·인포메이션위크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대표적인 IT 기업들이 최근 데이터센터 가상화와 통합 등을 통해 기업내 IT 부문에 쏟아붓는 비용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HP의 성공 사례는 다양한 시사점을 남겼다. 인포메이션위크는 HP의 이번 프로젝트가 기업 IT 총소유비용(TCO) 절감의 모범사례로 꼽힐만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채택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간 10억달러 IT 비용 절감=HP는 지난 2005년 TCO 절감의 귀재 랜디 모트를 최고경영담당(CIO)로 영입해 IT 인프라에 대한 대전환(transformation)에 착수했다. 랜디 모트 CIO는 월마트와 델의 CIO를 역임하면서 양사의 유통 혁신을 일궈낸 주역으로, 마크 허드 CEO와 HP 변화의 쌍두마차라는 평을 받아왔다.

HP의 이번 프로젝트는 표면적으로만 봐도 혁명에 가깝다. CIO를 중심으로 △글로벌 데이터 센터 통합 △기업 데이터웨어하우스 통합 △IT 인력 효율성 극대화 △포트폴리오 관리 △IT 조직 혁신 등을 거의 동시에 진행했다.

이를 통해 전세계에 흩어진 85개 데이터센터와 370여개의 소규모 서버 사이트를 미국내 6개로 통합하면서도 업무 처리 능력은 3배로 높였다. 전반적으로 향후 해마다 IT 부문에서 최소 10억달러의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3년은 너무 짧아”=하지만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하기에 3년이라는 기간은 턱없이 짧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IT트랜스포메이션 계획에 착수한 초기에 HP는 자사의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센터 숫자를 각각 3500개와 85개로 잡았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애플리케이션은 6000개, 구조조정에 포함시켜야 할 소규모 데이터센터의 총 숫자는 400개 이상으로 늘었다. 충분한 사전 검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데드라인’을 조정하지 않은 것도 실수라고 외신은 지적했다.

랜디 모트 CIO는 회사의 신용을 고려해 ‘시간을 더 늘린다고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과중한 업무를 밀어부치면서 추가 비용을 감내해야 했다는 것이다.

◇HP 아니면 불가능=TCO 절감 프로젝트의 모범 답안처럼 보이는 HP의 변화에 대해 인포메이션위크는 ‘효과가 높은 만큼 위험 요소도 많은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HP가 신규 통합 데이터센터 6개 구축 비용을 포함해 트랜스포메이션에 할당한 비용은 17억달러에 달한다. 허리띠 졸라매기에 급급한 일반 기업들은 엄두가 나지 않는 금액이다.

기업 임원진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CIO를 중심축으로 일사불란하게 프로젝트에 ‘올인’할 수 있는 분위기도 HP가 아니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