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세계 5위 `키몬다` 파산 위기

 수년 동안 ‘치킨게임’을 벌여온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기업 퇴출이 드디어 시작될 전망이다.

 블룸버그·AP 등 주요 외신은 세계 D램 시장 5위인 독일 키몬다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고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키몬다는 경영상황 악화로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내년 1분기에 파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랄프 하인리히 키몬다 대변인은 “신규 투자와 비용 절감, 그리고 시황이 동시에 호전되지 않으면 파산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키몬다는 심각한 자금 문제에 봉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30일 대만 이노테라메모리스의 지분 35.6%를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매각해 현금 4억달러를 조달했지만 D램 반도체 가격의 급락 등으로 기업 경영 자립에 직격탄을 맞았다. 로 킨화 키몬다 최고경영자(CEO)는 “전략적 투자자를 물색하는 동시에 글로벌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계획을 통해 현금 소진을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키몬다 측은 “현 파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 투자자와 몇 주 내에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주 정부에도 3억유로 금융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키몬다의 이러한 노력은 단기 생명 연장에 불과할 전망이다.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데다 반도체 수요가 얼어붙어 시장 지배력 5위 지위로는 불황을 뚫기 어렵기 때문이다.

 키몬다가 파산할지라도 반도체 업계 전체의 감산 효과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전망이다. 워낙 공급보다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키몬다가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한 터라 파산 위기 소식이 새롭지 않다”며 “반도체 수요 위축 탓에 키몬다 경영위기에 따른 감산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고 내년 4분기쯤 일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대만 기업의 생명 연장이 국내 반도체 업계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키몬다와 마찬가지로 퇴출설에 휩싸인 난야·파워칩·프로모스 등 대만 기업은 대만 정부로부터 기존 대출 2년 연장과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한편 키몬다의 4분기 매출(회계연도 기준, 7∼9월)은 전 분기 대비 24% 상승한 4억7600만유로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노테라 지분 평가 절하로 손실은 당초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키몬다의 모기업인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는 지원 요청을 받았지만 그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인피니언은 이에 앞서 키몬다의 지분율을 현재 77.5%에서 50%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들어 키몬다 주가는 97% 하락했으며 인피니언의 주가도 79% 하락했다.

  안수민·윤건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