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녹색강국’에 버블은 없어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저탄소 녹색경제’를 산업 부문에서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이 모습을 나타냈다. 2일 지경부가 ‘지식·혁신 주도형 녹색성장 산업발전 전략’을 발표한 것이다. 이로써 지난 8월 소개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9월의 ‘그린에너지산업발전전략’에 이어 녹색성장을 위한 산업·에너지 부문의 큰 그림이 완성된 셈이다.

 특히 어제 발표된 전략은 반도체·디스플레이·가전·자동차 같은 우리의 핵심 주력 산업 9개에 에너지와 환경기술을 접목, 녹색 전환을 추진하는 한편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즉, 이들 9개 산업의 친환경 전환을 통해 환경과 경제가 선순환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산업별로 추진 전략을 세분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예컨대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가전 등은 대체에너지 신산업 창출과 국제환경 규범 선도에 초점을 맞추고, 자동차와 조선·기계 등은 수송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해결과 하이브리드형 동력 개발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번 전략 마련을 위해 지난 수개월간 산학연 전문가 수백명이 머리를 맞댔는데 이제 보다 구체적인 실행전략이 나와야 할 것이다. 녹색경제에 관해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져 있다. 핵심기술도 부족하고 인프라도 미약하다. 하지만 세계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어 새로운 일자리와 비즈니스 창출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 규모는 녹색경제의 대표적인 탄소배출권 거래가 매년 두 배 이상 늘어나 2010년이면 1500억달러가 넘을 전망이다. 도이치뱅크는 전 세계 녹색산업 투자 규모가 오는 2050년까지 45조달러에 달해 현재의 세계 경제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우리 정부가 정책 최우선에 녹색성장을 두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이다. 하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정부와 기업 모두 녹색경제를 강조하다 보니 행여 거품이 끼거나 중복투자 여지가 없는지 우려스럽다. 실제로 대통령이 녹색경제를 내세우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함에 따라 부처마다 잇따라 녹색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경제·산업 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 전형적인 행정부처들도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각 부처의 녹색정책을 조정할 컨트롤타워는 없어 자칫 정책만 남발할 가능성이 있다. 어제 지경부가 발표한 전략도 지원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점이나 타 부처와 협의가 부족한 것 등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마당에 국회도 추진 주체가 다른 복수의 기후변화대응 법안을 발의하는 등 각각의 모습이고 기업과 지자체도 저마다 녹색성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두른다고, 모두가 나선다고 녹색강국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녹색산업이 성장동력이 되고 미래 먹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수요 창출과 공급,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정책 등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우리의 미래가 녹색성장에 달려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용을 그리려다 지렁이가 나와서는 안 된다. 설익은 정책 남발보다 나무와 숲을 함께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