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지금 `구원투수` 물색중

실리콘밸리는 지금 `구원투수` 물색중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의 여파로 실리콘밸리 스타 기업들의 핵심 요직이 공석으로 남게 되면서 베테랑급 인물들의 자리 이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일 포천은 마이크로소프트·야후·구글 등의 임원들이 최근 회사를 떠나면서 후임 인사를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최악의 경기 침체라는 외부 악재 외에도 인수·합병, 실적 부양 등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어 후임 인선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실리콘밸리 핵심 요직 곳곳 구멍=올들어 인터넷·네트워크·하드웨어 등 전 IT 부문에 걸쳐 임원 이동이 두드러진 가운데 하반기 들어 MS와 야후의 임원들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지난 7월 야후 인수 협상을 주도하면서 MS의 온라인 사업부를 총괄해온 케빈 존슨 부사장이 MS를 떠나 주니퍼네트웍스 CEO로 자리를 옮겼다. MS는 케빈 존슨의 이직 이후 6개월 째 온라인 사업부의 수장이 공석으로 남아 있다.

야후는 지난달 제리 양 CEO의 퇴진 이후 검색 기술 부문을 이끌어온 션 슈터 부사장이 MS로 자리를 옮겼다. 직전에는 미디어 정책 총괄 스캇 무어 수석 부사장이 사퇴하는 등 핵심 인력 유출이 이어졌다. 포천은 또 최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 최고기술담당(CTO)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온 에릭 슈미트 구글 CEO가 정중하게 제안을 거절했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예측했다.

◇주목받는 스타 임원들=외신은 이들 기업의 임원들이 대부분 실적 부진의 책임을 떠안고 물러난 만큼 후임 인선을 마냥 늦출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를 주름잡는 스타 임원들의 거취에 시선이 쏠렸다.

가장 많은 인물이 거론되는 진원지는 야후다. 포천·블룸버그통신 등은 제리 양 CEO의 후임으로 수잔 데커 야후 사장, 조너선 밀러 AOL 전 회장, 맥 휘트먼 전 e베이 대표, 댄 로젠웨이그 야후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물망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특히 야후 인수를 위해 자금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너선 밀러의 행보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천은 에릭 슈미트 구글 CEO가 행정부 입각 대신 실리콘밸리 잔류를 선택할 경우 야후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다는 가상 시나리오도 제기했다.

◇“진창에 빠지긴 싫어”=실리콘밸리 대표 기업 곳곳에 빈 자리가 생겼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적임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야후는 인수 합병 작업이 표류하고 있는데다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최악의 실적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크다.

MS 역시 검색을 비롯한 인터넷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손실은 계속 늘고 있다. 에릭 슈미트 CEO가 자리를 옮길 경우 후임자는 창립 10년만에 최악의 난관에 부딪친 구글을 회생시켜야 한다. 인터넷 미디어 기업인 IAC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폴 가디는 “명망있는 기업인들은 이들 기업에 영입되는 것이 진창에 빠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