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전 업계가 향후 최소 10년간 소비 시장의 핵으로 군림할 ‘베이비부머(babyboomer)’ 잡기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불황과 주택경기 침체 속에서 주요 가전업체들이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최근 베이비부머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베이비 부머들은 제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195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최근 일선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고도성장을 주도한 이들은 미국 전체 인구의 무려 30%인 7700만명을 차지하며 1인당 평균 자산도 약 86만달러에 달한다. 가전 시장에만 국한해도 이들의 구매력은 최소 250억달러에 이른다고 외신은 예측했다.
월풀은 전문업체인 벤튼하버와 실버 세대용 제품 연구에 일찌감치 착수, 관절염이나 허리 질환을 앓고 있는 사용자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받침대가 달린 세탁기와 건조기 등을 내놨다. 이 회사가 선보인 식기 세척기에는 작동 상태를 기존 제품보다 큰 소리로 알려주는 대형 손잡이가 달려 있다.
미 켄터키 주의 GE 소비자산업본부는 인턴 디자이너들이 직접 나이많은 소비자들의 불편함과 요구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체험형 ‘공감(empathy) 세션’을 마련, 운영에 들어갔다. 이 곳에서 GE의 디자이너들은 특수안경과 장갑 등을 착용하고 베이비부머들의 가전 제품 이용 패턴을 연구한다.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GE는 프렌치도어 냉장고에 LED 조명을 강화하고 최근에는 베이비부머들이 허리를 굽히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오븐도 출시했다.
재력있는 베이비부머의 등장은 빌트인 가전의 형태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주에 거주하는 낸시 허시(61)는 최근 7만2000달러를 들여 주방을 리모델링하면서 GE가 실버 세대를 위해 개발한 신제품을 선택했다. 그동안 젊은층의 눈높이에 맞춰 획일적으로 디자인된 빌트인 가전이 기능이 뛰어나면서도 스타일도 뒤쳐지지 않는 제품을 선호하는 베이비부머를 겨냥한 맞춤형으로 바뀌고 있다.
이같은 전략을 통해 가전 업계는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주가 폭락과 경제 위기,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GE의 가전 부문 3분기 이익은 82%나 급감했다.일렉트로룩스와 월풀의 1∼9월까지 영업이익은 각각 50%·31.8%까지 추락했다. 프리도니아그룹은 베이비부머의 등장과 주택 경기 호전으로 주요 가전 제품 시장이 2006년 6340만달러에서 오는 2016년 7720만달러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측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