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급속한 산업 발전은 매장 자원의 고갈로 이어졌다. 현재는 자원 확보가 국가경쟁력의 척도라 할 정도로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에서는 재생을 통한 주요 자원 획득이 절실하다. 이웃 일본은 1971년부터 재생 가능한 폐자원과 관련된 법령 개정으로 매장자원이 아닌 재생자원부국으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주요 자원을 국가 전략물질로 지정, 정책적으로 해외 반출을 봉쇄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폐자원에 대한 전 국가적 관심이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폐자원에 대한 각종 환경법의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해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자원의 재생 처리 및 해외로부터의 반입 절차가 매우 어렵다. 반면에 해외로 유출하는 것은 훨씬 수월하다. 폐자원 국내 처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환경의 중요성을 무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 선진국이 폐자원을 확보해 자국 내 처리를 하면서, 자기 나라의 환경을 희생하고 있을 리 만무하다. 각 처리업체는 재생 처리과정에서 환경적 오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의무를 준수하고 있으며, 환경부처에서는 이를 적법하게 처리하는지 감시하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백금을 예로 들어보자. 일반 사람은 백금 하면 보석을 연상한다. 그러나 실제로 백금족 귀금속은 자동차·석유화학·LCD 등 첨단 산업에 사용되는 수요가 80% 이상인 전략적 가치가 높은 물질이다.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용 폐촉매와 석유화학 공정의 폐촉매는 재생하면 백금·팔라듐·로듐 등의 백금족 귀금속을 고순도로 생산할 수 있다. 백금족귀금속은 국내에서는 전혀 생산되지 않는 금속이며, 광석 상태로는 남아공과 러시아 등 국한된 지역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폐자원에서 백금족 귀금속을 고순도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독일·일본밖에 없을 정도로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다. 따라서 첨단 산업이 앞서 있는 이들 나라에서는 폐자원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한국은 백금 또한 환경규제에 묶여 원활한 수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환경보존과 자원 확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유연하고 현실적인 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김정학 희성피엠텍 구매영업팀장 jh.kim1@hscatalys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