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이 ‘메가톤급’ 인력 구조조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AT&T, 비아콤 등 주요 IT 및 미디어 기업이 연일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만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 때문에 미국 대공황에 버금가는 장기 침체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폴 오텔리니 인텔 CEO는 최근 실업이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경기 침체가 실업을 낳고 직장을 잃은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최악의 시니라오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전방위 감원=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기업이 약속이나 한 듯이 구조조정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미국 최대 통신사 AT&T는 조만간 직원 1만2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혀 업계 충격을 줬다. AT&T 전 직원의 4%에 해당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같은 날 미국 3대 소프트웨어업체인 어도비시스템스도 비용 절감을 위해 600명의 인력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디어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미국 최대 미디어 회사인 비아콤도 전체 인력 7%인 850명을 줄이고 고위직의 임금을 동결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비아콤은 MTV네트워크와 BET네트워크, 패러마운트 픽처스 등을 소유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미디어 사업부문인 NBC 유니버설의 5억달러 예산절감 차원에서 댈러스의 돈 티그 기자, 데이트라인 NBC의 ‘서태평양’ 진행자인 존 라슨 기자, 베이징 지국장을 지낸 마크 뮬런 등을 포함한 500여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이 회사 산하의 경제전문 방송 CNBC에서는 방송진행 인력을 제외한 최대 80명의 인력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CEO 경기 전망 갈수록 비관적=문제는 미국 대기업 경영자들이 올 4분기 경기 전망을 더욱 비관적으로 예측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은 대규모 일자리 감축과 비용 삭감으로 이어진다. 미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 구성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4일 발표한 ‘4분기 CEO경제전망지수’는 16.5로 떨어졌다. 이 같은 수치는 조시가 시작된 지난 6년 이래 가장 저조한 수치다. 과거 최저치는 2003년 1분기에 기록한 49.3이다. 지수가 50 이하면 CEO들이 경제 하강을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3분기만 해도 CEO들은 경제 전망을 이 정도까지 나쁘게 보지 않았다. 3분기 CEO경제전망지수는 78.8이었다. 불과 1분기 만에 지수가 6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이다. 지난달 3일부터 17일까지 CEO들의 여론조사 결과도 좋지 않다. 미국 CEO들은 내년 미국 경제성장이 ‘0’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조사에 대답한 CEO 60% 정도가 앞으로 6개월 동안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CEO의 52%는 비용 삭감을 예상하고 있으며 CEO 45%는 판매 감소를 예상했다.
◇미 실업자, 400만 시대=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미국에서 직장을 잃은 실업자 수가 결국 400만명을 돌파했다. 미 노동부는 현재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인구가 409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실업자 수가 400만명을 넘어선 것은 1980년대 초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때 이후 26년 만의 일이다. 지난 11월 한 달간 미국 내 민간기업에서 해고당한 실업자 수는 25만명으로 10월의 17만9000명을 훨씬 웃돌았다. 월간 기록으로는 7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11월 미 실업률은 10월 6.5%에서 6.8%로 높아져 15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낼 것이 확실해 보인다. 감원 한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11월 미 소매판매는 40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또 미 제조업경기를 보여주는 10월 공장주문 실적은 3달 연속 감소,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