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IT컨트롤타워와 관련해 “필요 없다”고 최근 밝혔다. IT컨트롤타워는 지난 2월 정부조직 개편으로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이의 업무가 방송통신위원회, 지경부, 문화관광부, 행정안전부의 4개 부처로 나뉘자 정책 혼선이 잇따르면서 제기된 것이다.
이번에 청와대가 IT컨트롤타워가 필요 없다고 밝힌 이유는 단순하다. “옛 정통부 업무가 4개 부처로 나뉨에 따라 야기되는 혼선은 업무 영역을 명확히 조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으며, 만약 혼선이 계속될 경우 위기관리 대책회의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에서 조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정통부 해체로 IT정책에 혼선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새로운 기구 없이도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IT컨트롤타워를 마치 예산과 정책을 조율하는 조정자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유감이다. IT컨트롤타워의 조정 역할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보다는 우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것이 IT고, 또 잘하는 것을 보다 잘하기 위해 하나의 집중된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IT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국내총생산(GDP)의 16%와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IT는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녹색성장에 기여해야 하고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처럼 세계 시장에서 계속 우위를 점해야 한다. 또 IPTV, 와이브로 같은 새로운 통신서비스를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하고 소프트웨어와 게임 같은 콘텐츠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도 다수 배출해야 한다.
특히 IT 분야는 방송·통신·콘텐츠 등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밸류 체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각종 IT정책 기능을 하나로 집중,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자리 잡으며 세계 각국의 부러움을 받아온 것은 산학연은 물론이고 정부의 힘이 컸다. 연구계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사업자가 이를 적극 서비스화하는 등의 선순환 생태계를 정부가 적절히 조정했기 때문에 짧은 순간에 IT강국이 됐다. 지난날 외환위기 극복에 IT가 큰 공헌을 한 것처럼 현재의 경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IT를 성장동력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정부의 집중된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 국감에서 일부 의원이 정부 내에 IT컨트롤타워가 없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청와대 설명처럼 앞으로 IT컨트롤타워 없이 부처 간 IT업무 혼선이 제대로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부처 간에 적당히 타협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라는 판에 부처 간 적당히 나눠먹으며 갈등을 봉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벌써 주파수 재배치 재원을 방통위 소관의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지경부가 운영권을 갖고 있는 정통기금에 적절히 배분하기로 했다니 재원의 효율성은 뒤로 미뤄둔 채 부처 간 갈등 해결에만 급급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소득 3만, 4만달러의 선진사회 건설은 IT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국은 이미 초고속인터넷 구축 확대 같은 제2의 IT산업 부활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IT컨트롤타워 배제가 이명박 정부의 IT 소홀이 아니기를 바란다. 정부가 IT를 ‘흘러간 노래’로 치부하며 홀대한다면 그 피해가 몇 년 후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