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0% 이상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던 통신사업자들의 새해 설비 투자(CAPEX) 규모가 예년 수준인 최소 10조원을 유지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8일 KT·SK텔레콤·KTF·LG데이콤 등 6개 유무선 통신사업자와 함께 내년도 투자 촉진을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방통위는 사업자들에게 △중계기 등 통신 후방 산업 투자 집중 △와이브로 등 신규 네트워크 투자 강화 △콘텐츠 투자 확대 △연간 투자 상반기 조기 집행 등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특히 단말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을 대폭 축소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지금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경제 살리기에 통신업계가 동참하는 방법은 투자를 확대하고 조기 집행하는 것”이라며 “고용 창출과 후방 산업 육성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이런 차원에서 내년도 투자 규모 및 이행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주 다시 한번 사업자가 모인 가운데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규제기관의 이런 강한 의지 때문에 사업자들은 현재 수립하고 있는 내년 경영 계획에서 투자 부문을 손질하고 있다. 투자 집행 시기 역시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KT는 사장 자리가 공석인 가운데 추가 투자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와이브로와 IPTV 등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LG데이콤은 올해 6000억원 수준(LG파워콤 포함)이었던 설비 투자 금액을 10% 이상 늘릴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전화, IPTV 등 신규 사업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4세대(G) 투자 조기 집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3G 네트워크 투자 완료를 이유로 1조9700억원 수준이었던 설비 투자 규모를 장기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었지만, 정부 정책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LG텔레콤 역시 내년도 투자를 올해에 비해 28%가량 줄일 예정이었지만 정보화 예산, 설비 투자 예산 등을 예년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쉽지 않은 대내외 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 확대, 고용 창출이라는 대의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마케팅 비용 등을 축소해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