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소비자는 닫힌 주머니를 더 꼭 싸매고 있다. 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모든 프로세서를 원점에서 다시 점검 중이다. 마른 수건을 짜듯이 강도 높은 절약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프린터·복합기와 같은 사무기기 출력 비용도 예외는 아니다. 이면지를 사용하고 종이 한 장 아끼는 식의 절약 운동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무실 전체 프린터 환경을 과감하게 ‘리셋(reset)’해야 한다. 이에 전자신문은 대표 사무기기업체와 공동으로 무심코 새는 비용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출력 환경을 소개하고 올바른 사무 환경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5회에 걸쳐 제시한다. <편집자>
1. 출력 비용, 더 줄일 수 있다
사무실에서 소리 소문 없이 돈이 새고 있다. 주범은 바로 ‘종이’다. 이 때문인지 비용 절감하면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게 불필요한 종이 줄이기, 이면지 활용과 같은 사내 캠페인이다. 지금처럼 시장이 얼어붙고 비상 경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분위기에서 복사기·프린터는 ‘찬밥’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사무실에서 가장 업무에 많이 이용하지만 여전히 다른 쪽에서는 ‘종이 먹는 하마’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장당 5원꼴인 A4 한 장은 ‘껌값’에도 못 미치지만 수십만장 이상으로 쌓이면 그 비용은 상상하기 힘들다. 게다가 잘못 복사한 종이, 불필요한 출력물까지 포함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문서 출력 비용이 연간 매출액의 1∼3%에 달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가령 연간 매출이 1조원인 기업은 1년에 문서 출력 비용으로만 순수하게 10억원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 비용이 고스란히 업무 생산성으로 이어진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불행히 상당 부분이 버리는 돈이다.
이경한 캐논코리아 과장은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문서 출력 비용의 20∼30%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낭비하는 요소”라며 “문서 출력 비용으로 10억원 정도 사용하는 기업이라면 한 해 동안 2억∼3억원을 과다 지출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사무기기를 제대로 활용하고 관리하는 것만으로 최고 30%까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까지 출력 비용을 줄이는 일은 개인 문제로 치부하며 종이를 절약하자는 식의 캠페인성 운동에 의존해왔다. 물론 올바른 사무기기 사용 방법을 숙지하는 게 필요하다. 나아가 이제는 사무기기도 ‘관리’해야 한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프린터·복사기·팩스 등을 사용하지만 이들 기기가 차지하는 공간, 쓰는 토너와 용지 등에 체계적인 관리를 시도한 기업은 많지 않다.
한국HP가 사무실 환경을 재구축해 20% 가까이 출력 비용을 줄인 외환은행 측은 “출력기기 대부분이 매년 경쟁 입찰로 도입되고 기기 제조사·모델 등이 달라 체계적인 관리가 힘든 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관리는 고사하고 정확한 사내 문서 출력 비용조차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전 단순 업무만 반복하던 사무기기가 점차 ‘스마트’해지고 있다. 컴퓨터 못지않게 다양한 업무가 가능해졌으며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사무실 전산장비처럼 활용할 수 있다. 네트워크가 보편화하면서 유무선으로 PC 등 각종 업무용 장비와 맞물리고 있다.
주요 업체는 앞다퉈 이들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조태원 한국HP 부사장은 “어떤 프린터와 복사기로 어느 정도 공간에 문서를 출력하고 컬러 또는 흑백으로 뽑는지에 따라 부담하는 비용 규모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문서 관리 효율화로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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