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 어코드’ 출범 기대 크다

 정보기술(IT) 분야 공학교육 인증 국제 협약체인 ‘서울 어코드(Seoul Accord)’가 공식 출범한 가운데 이를 확산하기 위한 산학연관 협약식이 10일 열렸다. 이번 ‘서울 어코드’ 출범은 IT 분야 공학교육 인증을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현재 ‘서울 어코드’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일본·캐나다·호주의 6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의 운영을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담당해 향후 관련 기준 마련 등에 우리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관의 오랜 노력 끝에 탄생한 ‘서울 어코드’는 무엇보다 국내 IT 인력의 해외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실제로 ‘서울 어코드’에 회원으로 참여한 나라들은 각국이 인증한 IT 분야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에게 서로 학력을 인정, 이들이 회원국에 진학하거나 취업할 때 유리할 전망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서울 어코드의 출범은 국내 IT 관련 대학과 기업의 글로벌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된다. 기존 국제 공학교육 인증 협약체가 우리에게 강점이 있는 IT 분야를 소외시켜왔기 때문이다.

 지난 1989년 출범한 워싱턴 어코드를 비롯해 시드니 어코드, 더블린 어코드 등 현재 3개의 공학교육 인증 국제 협약체가 있지만 이들은 주로 기계·토목·화공 같은 전통적 공학에만 치중, IT 분야 전공은 이들 협약체로부터 인증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IT를 위주로 한 서울 어코드를 탄생시킨 것이고, 이는 우리나라가 IT강국이기에 가능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서울 어코드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IT 분야 국제인증으로 정착하도록 앞으로 민관이 더욱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애초 미국에서 시작된 공학교육 인증은 산업체 등 수요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학교육에 실무와 기초지식을 강화한 것이다. 산업체가 요구하는 지식과 실무를 대학에서 가르치자는 데서 출발했다.

 우리나라도 1999년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설립돼 공학교육 인증을 시작했으며 지난해까지 30여 대학 130여 프로그램이 인증을 받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모 대기업이 공학교육 인증을 받은 학생에게 입사 시 가점을 주겠다고 밝히면서 크게 부각됐다. 사실 공학교육 인증에 관한 한 우리도 이미 선진국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지난해 6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공학교육 국제표준인 워싱턴 어코드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정회원이 되기 위해 우리나라는 2년 동안의 준회원 기간을 거쳤는데 이 기간 동안 다른 회원국의 세밀한 관찰을 받았으며 만장일치 승인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도 이공계 기피와 실무를 아는 적절한 IT 인재를 대학에서 찾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 이번 서울 어코드는 산업계가 요구하는 수준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IT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서울 어코드는 하나의 계기에 불과하다. 아직 우리는 글로벌 IT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고급 IT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산업체 간 유기적 협력과 보다 많은 고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