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중국 광둥성 선전. 당시 ‘화창베이’라는 초대형 전자단지에서 한국 제품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2년이 채 되지 않아 화창베이는 우리 기업의 광고와 제품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 겨우 볼 수 있었던 대한민국 기업의 제품과 광고가 이제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때마침 한류 주역인 드라마·영화·음악 등 여러 문화 콘텐츠도 가세하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한민국 제품 성능과 아이디어는 세계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가지 부족한 점은 디자인이다. 성능과 아이디어에 걸맞은 세련되고 멋진 디자인을 충족할 때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는 우수한 성능과 아이디어 그러나 디자인이 1% 부족해 세계 최고에 오르지 못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가운데 MP3 플레이어가 대표적이다. MP3 플레이어 종주국이었던 우리는 초기 세계 시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애플의 ‘아이팟’ 출현으로 결과가 반감됐다. 우리가 집안에서 싸우고 옆집인 중국산 저가형 제품에 자리를 잃어가고 있을 때 애플은 아이팟이라는 MP3플레이어를 기점으로 휴대폰에 이어 인터넷 콘텐츠까지 넘보고 있다.
우연일까.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애플 제품이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인기가 떨어진다. 우리 제품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위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왜 그렇게 뛰어난 대한민국 제품이 해외에서는 아이팟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바로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습관이라고 본다. 우리 사용 습관은 훌륭한 서비스와 대우를 받기 원한다. 게다가 지극히 자기 주관적이며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아이팟 사용자 인터페이스 ‘아이튠스’는 국내 사용자가 그동안 사용해왔던 MP3 파일 전송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틀과 판이하다. 제품을 샀을 때 당연히 따라오는 번들CD마저 없이 인터넷에 접속, 다운로드해 내 PC에 있는 MP3 파일과 동기화를 강조한다. 이런 식의 인터페이스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유럽과 미국 사용자 심리를 분석했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했다. 그것은 어떤 문화 혹은 콘텐츠든 함께 동참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새로운 것에 귀속된다는 거부감보다는 그 자체를 즐기려는 관습과 습관이 작용한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전자제품의 왕좌를 다시 넘보고 있는 일본과 서서히 일어서는 무서운 중국보다 한발 더 앞서야 한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고 감히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적인 것만을 강조해서는 더욱 안 된다. 세계 흐름을 간파할 수 있는 노련한 디자이너의 재치와 새내기 디자이너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아이디어 하우 머치’란 TV프로그램이 있다. 시작은 작은 관심에서 출발한다. ‘디자인 하우 머치’란 TV프로그램이 생겨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대한민국이 멋진 디자인강국이 된다면, 한국인은 세계인으로부터 가장 멋쟁이로 기억돌 것이며 그것이 우리 문화와 제품을 동경하는 디자인 한류의 시작이다. 설재호 헤스위피 대표 (monomoo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