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전파진흥원’ 문패를 ‘한국전파방송통신진흥원’으로 바꿔 달기로 확정하면서 관계기관 간 희비가 교차했다.
희(喜), 당연히 전파진흥원이 웃었다. 애초 전파진흥원은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라 방통위 산하에 준정부기관을 1개만 두기로 하면서 존립 자체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전파’의 특수성이 감안돼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됐을 뿐만 아니라 문패에 ‘방송통신’까지 새겨 넣으면서 체중을 한껏 불릴 수 있게 됐다.
‘한국전파방송진흥원’이라는 이름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했던 정진우 전파진흥원장과 직원들은 ‘통신’이라는 반가운 덤에 덩실덩실 춤이라고 추고픈 심정이다. 전파진흥원은 실제로 전파 이용 촉진은 물론이고 방송·통신 진흥업무에 걸맞은 예산과 조직을 갖추기 위한 정지 작업을 시작할 태세다.
비(悲), 1개 기관으로 통합될 한국정보보호진흥원·한국인터넷진흥원·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이 울었다. 특히 방통위 산하기관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커 맏형 역할을 예상했던 정보보호진흥원의 상심이 더욱 크다. 통합기관 이름으로 ‘한국정보통신진흥원’이나 내심 ‘한국방송통신진흥원’을 바랐으나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 결정됐으니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도 속을 끓였다. 게임산업진흥원·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통합을 앞둔 가운데 방통위가 ‘방송통신발전에 관한 기본법’을 추진(제정)하면서 부칙에 ‘방송법 제92조(방송발전의 지원) 제2항’을 삭제할 방침이어서다. 이 조항이 삭제되면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존립 근거가 사라져 일부 기능과 인력을 방통위에 내준 뒤 게임산업진흥원 등에 흡수되는 등 조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한국전파방송통신진흥원의 탄생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게도 큰 자극이다. 옛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국내 통신 정책의 나침반이었고, 바야흐로 ‘방송통신정책연구원(가칭)’으로 거듭나려 하나 문패를 바꿔 다는 속도전에서 전파진흥원에 크게 뒤진 상태다.
앞으로 어느 기관이 제1기 방통위 산하 규제·진흥 정책의 메카로 자리 잡을지 매우 흥미롭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