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기기, 비용 누수 막는다]품 팔고 돈 들이느니 전문기업에게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아웃소싱과 통합 출력 서비스의 이점

 화장품업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4월 한국후지제록스와 함께 사무환경을 전면 개선했다. 본사와 공장·물류센터를 비롯한 전국 350여 사업장을 운영하는 아모레는 복합기·프린터·팩스·스캐너 등 각종 입출력기기를 사용하지만 체계적인 자산 운용과 장애 대응, 소모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문서를 통한 정보 유출에 따른 감시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후지제록스는 컨설팅을 통해 1300여대에 달하던 사무기기를 절반으로 줄였다. 장비 규모는 슬림화했지만 가동률은 기존에 비해 두 배가량 높아졌다. 자체 분석 결과 5년 동안 출력 비용만으로 25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사무기기를 ‘감시’하는 게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수년 전 사무기기는 그냥 사무기기였다. 복사기에서 문서를 대량으로 인쇄하고 프린터에서 필요한 문서를 출력하면 그만이었다. 담당 부서인 총무부가 있지만 출력기기 전담 관리자는 없었다. 당연히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를 떠올려보자. 직원들이 회의·마케팅 자료를 준비한다고 복사기 앞은 장사진이었다. 회의와 보고서가 밀리는 분기와 연말에 출력 비용이 많아지면 총무과 직원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용지와 토너를 줄이면서 서먹해지기 일쑤였다.

 2008년 12월 현재 사무실 환경은 ‘180도’로 달라졌다. 정보기술 발달로 초고속인터넷과 인트라넷이 기본으로 구축돼 있고 복사기·프린터·팩스·스캐너가 하던 일을 디지털복합기 한 대가 모두 처리하고 있다. 책상 한편에 수북이 쌓여 있는 종이 문서는 변함없지만 이보다 몇 배가 넘는 전자 문서가 PC와 사내·외부 서버에 저장돼 있다. 휴대폰과 무선인터넷 등 새로운 환경이 도래하면서 사무실 환경도 아날로그 시대가 그리울 만큼 복잡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IT 혁명이 기업 환경에 많은 변화를 불러온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아직도 변화는 ‘진행형’이다. 모든 자료가 디지털화, 네트워크로 쉽게 오가면서 출력물 유출에 따른 보안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 전자 문서가 넘쳐나고 장비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문서 관리도 쉽지 않다.

 디지털 시대에 점차 줄 것으로 예상했던 종이 문서도 오히려 증가해 복합기·프린터 구입과 유지·소모품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사무실 출력량은 2005년 45조페이지에서 2010년 53조페이지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문서 업무를 아예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게 대세로 떠올랐다. HP·캐논·제록스·렉스마크 등 주요 업체도 이에 발맞춰 ‘통합 출력 관리’라는 서비스를 내놓고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에서 서비스로 플랫폼을 바뀌고 있다.

 통합 서비스를 도입한 업체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새로 대체한 출력 장비가 기존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데다 양면 출력으로 출력 비용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이 사용을 줄여 최근 산업계의 화두인 친환경 사무실 구현도 가능하다. 복합기를 통해 지원하는 각종 프로그램으로 낭비하는 종이 수도 크게 줄였다.

 캐논코리아는 최근 시스템을 새로 구축한 주요 업체의 반응을 조사했다. 그 결과 회사뿐 아니라 직원의 만족도도 높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처음에는 새 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찬반 양론이 만만치 않았지만 운영 결과 출력 상황을 개인이 직접 확인하고 데이터가 엑셀 파일로 자동 변환되는 등 여러 이점이 많아 편리하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황인태 한국후지제록스 전무는 “기업 내부에 문서 관리자를 두기보다는 전문기업에 아웃소싱으로 관리 효율화와 비용 절감이라는 운영의 묘를 살리려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며 “위기 상황일수록 컴퓨팅 환경뿐 아니라 사무 환경 개선으로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숨은 비용까지 절감하는 노력이 필요할 시기”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