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온라인게임이라는 종합예술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온라인게임이 지금과 같은 시장 성장을 지속하면서 문화콘텐츠의 하나로 계속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온라인게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에 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정신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실존이란 정신적인 세계(사이버 세계가 될 수도 있겠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독서와 게임을 비교해보면 독서는 정신을 추구하려는 욕구에 수동적인 반면에 게임은 능동적이다. 요즘 게임은 단순히 자극과 반응의 놀이가 아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 게임 제작 회의에서도 역사, 철학, 신화, 심리학 등 온갖 이야기가 쏟아진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멋진 게임이 나올 수 없다. 게임을 통해 많은 것을 나눌 수 있고 게임의 가상적 상황에서 더 많은 현실을 느낄 수 있다.

 온라인게임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것이며, 컴퓨터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종합적인 예술이다. 컴퓨터는 당초 사무작업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능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TV가 정보 전달의 기능에서 엔터테인먼트로 기능이 확대된 것처럼 인터넷으로 그 기능이 무궁무진해진 컴퓨터는 일을 위한 도구에 머물지 않고 엔터테인먼트로 그 효용이 확대되고 있다. 올여름 게임산업진흥원이 9세부터 49세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여가시간에 주로 하는 활동을 조사한 결과, 게임을 한다는 응답이 26%로 TV 시청(24.4%)과 영화 관람(23.4%)보다 더 많았다. 2007년 조사에서는 TV 시청이 가장 높았으나 올해는 게임 이용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게임 이용 비율이 증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프라인 중심의 놀이문화가 인터넷을 거쳐 컴퓨터 속으로 들어왔고 온라인 놀이가 오프라인 놀이보다 더 간단하고 더 경제적이면서도 더 큰 즐거움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게임에 접속하면 수천, 수만명의 사람과 만나 함께 플레이할 수 있고 현실에서는 접할 수 없는 판타지나 미래 세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 그 매력은 상당한 것이다. 또 게임이 매력 있는 것은 인터넷 기술, 그래픽, 사운드, 개발자의 철학 등이 빚어내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부른다. 영화도 최근에는 컴퓨터의 힘을 빌려 그래픽 처리를 하며 컴퓨터 그래픽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런데 게임은 영화에서 잠깐씩 보여주는 놀라운 장면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온라인게임은 컴퓨터가 만들어낸 하나의 가상 세계로 그 안에서 게이머들은 역사와 철학, 경제와 정치를 체험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은 공간을 축으로 풀어간다는 점에서 시간을 축으로 풀어가는 기존 예술과 차이가 있는데 현대 사회는 인터넷·멀티미디어 시대로 넘어오면서 시간을 기준으로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공간적인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공간을 이해하는 지능을 자극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게임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며, 게임은 공간을 축으로 한 사회에 가장 적합한 예술 형태로 각광받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게이머들은 온라인게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IPTV의 등장과 모바일 인터넷의 확산 등으로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미래 온라인게임이 어떠한 문화를 만들어낼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