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기기, 비용 누수 막는다](3)정품이 결국 생산성이다

[사무기기, 비용 누수 막는다](3)정품이 결국 생산성이다

 #1. “아끼려고 바꿨는데….”

 중소기업 A사는 지난해 프린터 소모품을 ‘재생’ 제품으로 바꿨다. 비용 때문이었다. 전사 차원에서 허리를 졸라매는데 프린터 소모품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재생 카트리지의 가격은 정품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정품 소모품을 비정품으로 바꾸자마자 비용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문제가 나타났다. 프린터가 고장나 AS를 의뢰했지만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비정품 소모품을 사용하면 기기 고장의 원인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AS가 불가했다. 처음에 정품과 별반 차이가 없던 인쇄 품질은 출력량이 늘수록 급격히 나빠져 같은 용량의 카트리지를 쓰는데도 부쩍 교체 횟수가 잦아졌다.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슬금슬금 추가 비용이 들고 있었다.

 #2. “우리가 쓰는 복합기가 정품이 아니라고요.”

 중견기업 B사는 낡은 복사기를 치우고 최근 중고 복합기 한 대를 들여놨다. 복사기 교체를 위해 여러 업체를 만나던 차에 한 업체의 영업사원이 제시한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격이 워낙 높아 구입을 망설이고 있던 디지털 복합기를 반값에 주겠다고 제안했다. 미심쩍기도 했지만 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난 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 후 몇 달, 만족스러운 성능을 자랑하던 디지털 복합기에 이상 신호가 울렸다. AS를 받기 위해 제조회사 AS센터로 서비스를 요청했지만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확인 결과 B사가 구입한 디지털 복합기는 불법 유통업체가 몰래 들여온 제품이었다. 보증 기간도 없고 정상적인 AS를 받을 수 없게 됐다. B사는 수리해줄 곳을 수소문하다가 결국 고장난 복합기를 그대로 방치해 둘 수밖에 없었다.

 

 레이저 복합기와 프린터가 대중화하면서 유사 부품 및 재생·리필·위조 카트리지와 같은 비정품의 수요·공급 또한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 정품 부품 및 소모품의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인식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유통 토너의 15%, 카트리지의 40%, 잉크의 40%를 비정품으로 파악하고 있다. 위조 중고 복합기도 전체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는 비정품을 사용하는데 정품과 큰 차이를 못 느낀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칫 출력물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출력기기 이상 작동으로 초기 절약한 구입 비용을 상쇄하는 손해를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업계는 “고도의 정밀 사무기기가 제성능을 발휘하려면 제품 특성에 맞도록 개발·생산된 정품을 사용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정품을 사용할 때 가장 먼저 짚어볼 수 있는 것은 출력 품질 문제다. 비품 토너는 입자가 굵고 거칠어 드럼에 흠집을 낼 수 있다. 이로 인해 영상이 흐린 증상이 발생하고 출력 품질 또한 선명도가 정품에 비해 떨어진다. 또 재생 카트리지는 재생 드럼을 사용해 정품 대비 불량률이 높다. 이로 인해 기기의 평균 수명을 단축하고 소모품 구입 빈도가 높아져 결과적으로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토너 성분에 대한 유해성 논란도 간과할 수 없다. 유럽연합은 2006년 7월 이후 모든 전기전자부품 제조업체에 독성물질과 방화재료 사용을 특정한 기준에 맞게 줄이도록 요구하는 유해물질제한지침(RoHS)을 시행하고 있다. 각 제조사는 이 지침에 맞춰 크로뮴·수온·카드뮴·납·PBDE·PBB를 함유하지 않은 토너 및 카트리지를 공급한다. 또 모든 부품·재료에 함유된 특정 화학물질을 관리·보증하고 있어 사용 후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다.

 비정품은 검증된 기관으로부터 정밀한 테스트를 받지 않는다. 재생 과정 중 유해한 물질을 포함할 수 있고 인체에 유해한 토너가 유출돼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불법으로 유통되는 중고 복합기도 문제다. 최근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복합기 불법 유통업체를 검거, 구속 입건 처리하면서 관련업계가 술렁였다. 검거된 유통업자는 대규모 창고를 만들어 전기안전검사인증서를 위조 부착한 복합기를 유통시킨 혐의로 구속됐다. 이 업체가 유통한 복사기는 약 2000대, 25억원 규모다.

 불법 유통되는 제품은 주로 고가의 고속 복합기와 사무용 디지털 복합기다. 중고 완제품 형태 또는 중고 부품을 들여와 재조립해 판매하는 형태며, 적합 테스트 및 제조사의 안전 검증을 거치지 않은 토너·드럼·각종 부품들을 불법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 마켓’의 성장은 복합기 시장 자체를 위협하며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도 안전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안전 인증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전기적 위험·화재 위험이 크다.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기 어렵다. 주로 폐기제품을 부품만 교환해 판매하기 때문에 잦은 고장에 시달릴 수 있지만 AS를 받을 수 없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