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세간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88 서울올림픽 이후부터다. 이전까지 우리는 튼튼한 집에 깔끔한 싱크대가 있는 주방, 푹신한 소파가 있는 거실, 멋진 무늬의 깔끔한 도배와 걸레질이 용이한 꽃무늬 장판만 있는 방으로도 남 부럽지 않았다. 집 안을 채우는 내용보다는 자기 집 소유 여부나 몇 평에 사는지에 우선 순위를 두었다.
몇 년 전 모 방송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러브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인테리어의 효과를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다지 넓지 않은 허름하고 답답한 집 구조가 특정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독창적 설계와 시공을 통해 180도 전혀 다른 공간으로 거듭난다. 배경음악과 함께 감미로운 성우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바뀐 집 내부가 공개될 때마다 절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마 그만큼 인테리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효과와 모방 욕구를 자극한 프로그램도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2000년대 들어 우리의 삶은 급속도로 변했다. 기존의 성냥갑 같은 네모 반듯한 아파트들은 제각기 개성을 갖춘 브랜드로 변모했고, 튼튼하고 기능만 좋으면 잘 팔리던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 MP3플레이어 등의 IT제품들도 디자인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애플의 아이팟 나노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소비자들의 감성을 파고 든 디자인에 있다. 단순히 멋진 외관 디자인 외에도 사용하기에 편리하게 구성한 인터페이스도 주효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점점 더 전문가에 가까워지고 있고, 호황일 때는 잘 만들면 그냥 팔리던 IT제품도 이제는 붕어빵 같이 개성 없는 제품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 생활 모든 부문에서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디자인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디자인은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이며, 모든 업계의 화두는 디자인 경영이 될 것이다.
이지수 중앙디자인 이사 doongyee@ja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