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IT공동체를 만들자!

[통일칼럼]남북 IT공동체를 만들자!

 최근 북한은 휴전선 육로 통행의 엄격한 제한과 직통전화 단절, 개성공단 상주 인력 대폭 감축 같은 강경한 조치를 잇따라 발표했다. 연초부터 위축된 남북관계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개별적으로 북한에서 사업하던 상당수의 기업은 연락처가 끊어지고 물류가 멀어지면서 사업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이른 시일 내에 이를 해소할 방안을 찾기 어려운 것도 우리 기업들을 괴롭히는 한 요인이다. 이 와중에도 경험 많은 몇몇 기업주가 “새벽이 가까울수록 어둠이 짙어진다”는 말로 후발 기업들을 격려하는 것을 보았다. 상당한 난관에 처했어도 그 해법이 가까운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어려울 때일수록 함께 모여 지혜를 나누고 힘을 합하면 모두가 동의하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러 가지 악재 속에서도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공동대응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마불사’라는 말처럼 공동체를 형성해 외국에 진출하면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어려움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갈 수 있다. 특히 IT처럼 개별 기업들의 전문성이 잘 드러나고 전후방 연계가 긴밀한 산업에서 더욱 그러하다. 일례로 대만의 IT기업들은 90년대에 데스크톱PC를 중심으로 중국의 광둥성과 푸젠성에 공동 진출했고, 21세기 초반에는 노트북PC를 중심으로 장쑤성과 저장성 지역에 단지를 형성해 커다란 성과를 달성했다.

 우리도 가까운 개성공단 등에 IT 단지를 만들어 공동으로 진출해야 한다. 이로써 개성공단의 산업 고도화를 실현해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북한의 적극성을 유발하고, 숙련된 남성 노동자를 증원해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북한과 사업을 진행하면서 겪어야 하는 통신과 물류, 전력 공급 등의 제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성과가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여타 지역에도 공동으로 진출할 수 있다.

 테러지원국 해제로 미국의 대북한 수출 규제가 완화되지만, 이중용도 제품에 대한 국제적 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어 공동 진출의 필요성을 높여준다. 새롭게 출범한 캐치올(Catch-All) 제도에서 보듯이, 민수용으로 판매했다 하더라도 군사용으로 사용됐을 경우에는 공급자에게 국제적인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과 같은 공동체 형성을 통해 우리가 IT 장비의 최종 용도를 조정하고 국제적 우려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IT를 통한 남북협력을 일생의 소명으로 여기고 그 실현에 몰두해왔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 통해야 산다!!(2005.10.25)’를 통해 남과 북의 장점을 교류해 협력 인프라를 구축하고, 통신을 개방해 정보를 교류해 세계적인 IT공동체로 발전하자고 호소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부임해 남북협력팀을 신설하고 연구비를 증액한 것도 이 때문이다. IT 공동체를 만들어 오늘의 난국을 타개하자. 남북한 모두 IT 산업은 21세기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경제발전 전략이자 국정 우선지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IT 협력단지와 소프트웨어(SW) 개발단지를 형성하고 자원을 공유해 세계로 진출하자. 커다란 실리를 얻기 위해 작은 것을 내려놓고, 정치논리가 이를 과도히 침해하지 못하게 하자. 남북의 IT 관계자들이 지혜를 모아 공동체를 형성하고 통일을 앞당기자.

 김석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kjs7979@step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