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와 함께 희망차게 시작했던 연초와 달리 송년회, 크리스마스 등과 함께 축제에 들떠 있어야 할 연말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고환율은 원자재를 수입해 내수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에 생산을 중단할 만큼 위기를 안겨주고 있다. 1000원대의 환율이 1500원까지 올라갔으니 제조원가가 50% 상승한 셈이다. 고환율이 수개월째 지속돼 기업은 점점 부실화되고 있으며, 생산한 물건도 소비가 얼어붙어 판매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 기업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생산을 중단할 수도 없다. 시장은 넘쳐나는 경쟁자에 의해 언제나 도전받고,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제품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제품은 품질뿐 아니라 제품 생산의 지속성 또한 고객의 신뢰를 얻는 데 중요한 요소다. 수익성이 악화하더라도 생산을 중단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고환율이 앞으로 수개월간 지속한다면 기업은 생존 메커니즘을 바꾸어야 할 중요한 결단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다. 혹자는 1920년 경제 대공황과 비교하고, 누구는 IMF 위기와 견주어 말한다. 환율이 연내에 1100원대로 안착할 것이라는 의견과 현재의 고환율을 유지하다 내년 2∼3월에 다시 위기가 올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혼재하고 있다. 인구 5000만의 작은 내수시장, 국제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수출 위주의 산업, 첨단기술보다는 응용산업 기술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언제든 후발경제개발국가의 추격에 따라잡힐 수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과거 불황기에 과감한 투자로 업계의 지배력을 높인 기업을 많이 봐왔다. 기업은 자신의 강점을 더욱더 강화해 1등 기업으로 변모해야 하고, 강점이 없는 기업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 전업을 서둘러야 한다.
위기일수록 연구개발(R&D) 비중을 더 늘려야 하며 원가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 경기 부양을 위해 내년 예산을 조기 집행한다고 한다. R&D 예산도 대폭 늘렸다. 위기의 시절엔 특히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저리의 정책자금 융자가 그러하고 대규모 R&D 자금이 그러하다. 기술입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에서는 IT 기반의 여성기업뿐 아니라 기술 기반의 여성기업이 남성기업에 비해 기업 수준이 하향평준화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장의 주도력을 갖는 집단이기보다는 주도력을 가진 기업의 하도급업체거나 R&D 인력이 전혀 없는 경우도 많다. 연구소가 없으니 R&D 자금을 받을 수도 없으며 설사 받는다 하더라도 개발할 인력이 없다. 어느 정도의 기술력을 갖춰도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남성기업과의 경쟁에서 인력 기반이 약한 여성기업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여성기업의 R&D 자금 수혜율이 3∼5%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인구가 40%를 넘어선 지금 너무 낮은 수치다.
기술 기반 여성기업의 미래가 밝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21세기 화두는 여성이다. 기술입국인 우리나라에서 여성기업이 기술 기반의 여성기업으로 변모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들을 체계적으로 지원·양성해 스타기업을 많이 배출하지 않는다면, 노동력이 점점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잠재 여성인력을 사회로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덕희 IT여성기업인협회장 dhpark@nforyo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