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상업목적 카메라 설치 급증

 하루 30만명이 통행하는 도쿄 시부야의 번화가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푸른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한 여성을 대형 전광판 아래에 설치된 카메라가 주시하고 있다. 지상 30미터에 설치된 이 전광판 위 아래엔 카메라 두대가 설치돼 있고, 이들 카메라는 쉬지 않고 행인들의 모습을 쫓는다. 횡단보도 앞 여성이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보는 순간 전광판 카메라는 그 여성의 모습을 클로즈업해 통제실 모니터에 비춰준다. 모니터에 나타난 여성의 얼굴 주위엔 붉은색 테두리가 표시되고, 연결된 컴퓨터는 이를 분석해 자동으로 ‘20대 여성’이란 데이터를 입력한다.

18일 요미우리신문은 과거 치안목적으로 활용되던 CCTV 등 감시카메라가 최근들어선 상업 목적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번화가 사거리에 카메라를 포함한 통행인 분석시스템을 설치한 회사는 전광판 제작업체 아빅스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부터 보행자의 얼굴을 자동 식별해 광고별 시청자수와 성별, 연령층 등을 분석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 시스템은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군사기술을 응용한 것으로 분석 정확도는 90% 이상이다. 하루에 수집되는 데이터는 약 2만명 분량. 영상은 보존하지 않고 해석 데이터만 추출하기 때문에 사생활침해 문제는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카메라 촬영 사실을 행인에게 알리는 고지는 사거리 주변 어디에도 없다.

자신의 모습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 행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동의 없이 자신의 모습을 상업용 데이터로 활용하는 게 불쾌하다”와 “자신 혼자만이 아닌 수 많은 사람들이 촬영되기 때문에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등이다.

일본에서 거리에 설치된 카메라가 논란이 된 것은 1966년 오사카 경찰이 니시나리구에 치안용으로 CCTV를 설치하면서부터다. 30여년이 지난 1998년 프라이버시 침해라며 철거를 요구한 주민들의 소송에서 대법원은 15대의 카메라 중 특정 빌딩의 출입구를 감시하는 1대만을 위법으로 판결, 철거명령을 내렸다. 2002년 도쿄경시청이 50대의 치안용 카메라를 설치한 이후 도심 지역 감시 카메라 설치 사례는 크게 늘어 올 11월 현재 2570여대의 카메라가 도쿄시내 구석구석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근래의 카메라 설치 목적은 치안보다는 상업 목적이 강하다. 간이형휴대폰(PHS) 사업자인 윌컴 등은 내년부터 전국 PHS 기지국에 카메라를 설치키로 했다. 그 수는 무려 16만대. 자동차나 행인의 흐름을 감시해 교통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지만 향후엔 이를 사업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변에 설치된 카메라를 흔히 볼 수 있게 되면서 카메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식도 바뀌고 있다. 지난 1월 미쓰비시전기가 전국 8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약 90%의 응답자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우스이 히로요시 도쿄공과대학 미디어론 교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이 엷어지고 있지만 편리함만 좇다보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무슨 목적으로 촬영하고, 촬영된 정보는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을 사전에 알리도록 하는 사회 전체가 수용할 수 있는 투명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