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동통신 시장에 스마트폰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통사들의 스마트폰 붙잡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그간 외산 스마트폰 판매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위피 위무화가 내년 4월부터 해제되면서 외산 스마트폰 출시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 와중에 외산 스마트폰 도입에 힘을 쏟고 있는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정책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와이파이와 오픈플랫폼을 탑재한 외산 스마트폰의 경우 애플, 구글, 노키아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주도,그동안 무소불위에 가깝던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입김은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것.
이미 이같은 징후가 포착됐다. SK텔레콤이 지난 16일 발표한 ‘블랙베리 9000 Bold’ 모델에는 SK텔레콤이 그동안 "금과옥조"로 여겨온 휴대폰 무선인터넷 사이트 "네이트"가 탑재되지 않았다. 이는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다.
그동안 SK텔레콤은 공급되는 휴대폰에는 반드시 `NATE` 버튼을 눌러 자사의 휴대폰 네이트 사이트에 접속시키는 것을 디폴트로 해온 것이 관례였다.
비록 휴대폰 인터넷망 개방 사이트인 오픈넷과 PC의 웹에 바로 접속하는 풀브라우징 서비스도 출현했지만 SK텔레콤은 사실상 "네이트"에 총력을 경주했다.
이처럼 "네이트" 사수에 목숨을 걸다시피한 SK텔레콤이 블랙베리에서는 꼬리를 내렸다.
블랙베리가 기업용 시장을 타겟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상 징후다. 왜냐하면 최근 국내에 스마트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삼성전자의 ‘T옴니아’에도 네이트가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르면 내년 4월 SK텔레콤이 애플의 ‘아이폰’을 들여올 경우 이 같은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애플은 SK텔레콤의 입김이 작용하기에는 너무 큰 ‘슈퍼갑’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업계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의 네이트와 같이 `월드가든(Walled Garden)`으로 불리는 폐쇄형 무선인터넷은 스마트폰 시장에선 통하지 않는 전략"이라며 “시장추세와 애플의 정책을 살펴볼 때 SK텔레콤의 네이트가 아이폰에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SK텔레콤 내부에서는 아이폰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아이폰이 새로운 시장을 열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이를 도입해 신규가입자를 유치할 지, 아니면 그동안 키워온 무선인터넷 콘텐츠 서비스를 지켜야 할 지를 놓고 사업부간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태”라고 귀뜸했다.
새로운 황금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글로벌 플레이어를 상대해야 하는 SK텔레콤의 "네이트 고수 전략"은 이제 본격 시험무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