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이맘때만 해도 우리 모두는 희망에 차 있었다. 새로운 대통령이 우리 경제를 더욱 활짝 피게 해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사방이 막혀 있는 형국이다. 정치·사회·경제 어디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 대통령이 아마추어 정치를 펴면 국회라도 제 역할을 해줘야 할 텐데 정쟁에 날을 새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 예산은 법정 기일을 넘겨 간신히 통과됐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어느 때보다 국민통합이 시급하지만 촛불시위와 광우병 파동에 이어 여전히 내 편 네 편의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지난 1년간 각종 지표는 곤두박질쳤다. 48.7%(530만표 차)라는 역대 최다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된 그지만 지난 6월 모 여론조사에서는 지지도가 15.2%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새 정부의 대표적 경제공약인 7% 성장과 연간 일자리 60만개 창출도 오래전에 물 건너갔다. 임기 초반부터 밀어붙였던 공기업 개혁도 완료 시기가 새해 상반기로 미뤄지는 등 불완전한 모습이다.
IT와 과학기술계의 실망도 여전하다. 비록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고 과학기술부를 교육부와 통합했지만 연초만 해도 “그래도 잘하겠지” 하며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지난 1년간 과학기술은 교육에 묻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IT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대통령은 여러 차례 “IT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혀 IT인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IT인들은 의아해 한다. 왜 대통령이 그런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혹시 IT와 전산화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업무 효율화의 주인공인 전산화도 비록 노동력을 줄이는 면이 있지만 대신 여러 부가 서비스를 낳아 결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그뿐만 아니라 IT가 일자리 창출에 공헌한다는 것은 국제 통계에도 나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IT산업의 핵심인 소프트웨어(SW)는 고용효과가 매출 10억원당 24.4명으로 제조업의 몇 배나 된다. 이제 대통령은 하루빨리 IT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지난 IMF 때처럼 IT를 앞세워 미증유의 이 경제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물론 지난 8·15 경축사에서 밝힌 저탄소 녹색성장도 중요하다. 이는 세계 각국 역시 녹색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녹색산업이 성과를 내려면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 중간에 정권이 바뀌면 어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역시 이명박 정부가 돌파구로 삼아야 할 것은 IT와 과학기술이다. 우선 새해 민간경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것을 감안해 공공분야 정보화 예산부터 충분히, 또 조기에 집행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밝히고 있어 다행스럽다.
명심해야 할 것은 정부가 결코 헐값 경쟁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기가 어려우면 기술보다 가격 경쟁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기술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년보다 훨씬 어려운 1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실 유능한 선장은 파도가 닥쳐봐야 알 수 있는 법이다. 비록 지난 한 해가 실망의 세월이었지만 앞으로의 1년은 희망이 되는, 그런 리더십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