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시대로 접어 들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220만 배럴 감산을 결정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가의 하락 행진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지난 7월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을 때만 해도 `유가 200달러` 시대를 운운했던 전문가들은 이제 `25달러 시대`도 멀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유가의 하락은 100% 원유 수입국인 한국으로서는 가계와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지만, 원유 수요가 심각하게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을 만큼 세계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반증이어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1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3.84달러(9.6%) 폭락한 배럴당 36.22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지난 2004년 7월 이후 최저치다.
WTI는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35.98 달러까지 추락하면서 2004년 1월 3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날 종가보다 0.84달러(1.8%) 내린 배럴당 44.69달러에 거래됐다.
MF 글로벌의 에드워드 마이어 애널리스트는 "OPEC의 감산 결정이후 향후 유가 전망은 내주 초가 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때도 배럴당 30달러대에 머물게 된다면 25달러까지 가는 것은 아무런 장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OPEC는 17일 회의에서 하루 220만 배럴 감산을 결정해, 지난 9월 기준으로 봤을때 하루 440만 배럴을 감산키로 했다. 이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서크덴 파이낸셜의 니미크 카마르 애널리스트는 "과거의 경험으로 봤을 때 이 같은 감산 약속이 회원국들 사이에서 지켜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이 같은 감산 결정은 엄청난 규모"라면서 "그러나 유가를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회원국들이 약속을 따라야 하고, 석유 수요가 더 이상 나빠지지 지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OPEC의 감산 결정보다 석유 수요의 감소 속도가 더 빠르다"고 말해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전망했다.
JP 모건도 2009년 유가 예상치를 기존의 배럴당 69달러에서 크게 낮춰 배럴당 43달러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전세계 경제 환경의 악화와 이에 따른 지구촌 석유 수요의 급속한 하락은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OPEC는 내년도 세계 석유 소비가 하루 8천568만배럴로 0.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에너지부는 앞서 지난 9일 석유 소비가 0.5% 감소할 것이라며 더 낮춰 잡았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