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숙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장·헤리트 대표이사 mshan@herit.net
현재보다 새해 상반기가 더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많다. 지금의 위기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 우리 중소기업만 힘든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국가 간, 전 산업 분야 간 연동해 발생하는 어려움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가는 ‘위기 때 먹히는 경영 전략’을 세워 내부 혁신을 이뤄야 한다. 또 정부는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파고를 넘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중소기업 경영자로서 실감하는 위기 상황의 경영 전략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사업계획에 앞서 비용계획부터 철저히 짜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가는 위기 상황에 처해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해도 기업 생존과 미래 성장을 위해 지금 해야 할 것을 정확히 판단하고 실행해야 한다. ‘새해가 되면 나아지겠지, 그리 길게 어려움이 지속되겠어’라는 낙관적인 생각만으로는 생존 여부도 보장받기 어렵다. 생존은 유지할지 몰라도 위기 상황이 걷힐 때 더 성장하기 어렵다. 위기 때 체질을 튼튼히 하고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해 체력을 다져놓은 기업에 밀릴 것이 뻔하다. 막연한 낙관론보다는 기업 내외부의 냉정한 현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기업이 별 문제 없이 평온할 때는 전 직원의 동참으로 실현할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을 이루기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 다들 어렵다고 하는 바로 이때가 기업 내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업 성과를 직원의 급여 및 복지 수준과 연동하도록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노사가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고 성과가 높을 때는 직원에게 과감히 배분하는 급여 체계 개선이 요구된다. 또 사업부별 철저한 영업 관리를 통해 하루 또는 한 시간당 회사, 부서별, 개인별 얼마의 비용을 쓰고 있는지 얼마의 수익을 내야 먹고 사는지를 철저히 숫자로 관리하고 전 직원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회사의 문제점을 고치는 기회로 만들자. 위기 상황은 우리 회사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전 직원과 공감하고 기업의 문제점을 고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몇 십명이 전 직원인 작은 중소기업에 알게 모르게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조직문화가 존재한다. 서로 의견이 다른 마케팅부서와 기술개발부서의 비협조, 조직 개인 간의 보이지 않는 벽, 주어진 일만 하면 된다는 타성 등을 몰아내야 한다.
셋째, 사업 구조를 다시 짜자. 회사 내부의 선의의 경쟁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수익성 있는 사업 위주로 구조 개선을 해야 한다. 회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상 고정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아웃소싱 가능한 분야를 떼내어 중소기업 간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
넷째, 핵심사업에서 불경기에 잘되는 파생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하자. 기업의 통신비 절감을 위한 솔루션이나 서비스가 최근 불경기의 틈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다섯째, 새로운 연구개발(R&D)을 통해 불황이 걷힐 때를 준비하자. 위기 상황도 끝은 있다. 위기 상황에 문제점을 고치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으면 위기 상황의 끝에서 더 큰 성장을 맞이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생존마저 보장받지 못한다. 정부도 국가 R&D를 기술 기반 중소기업에 과감히 배정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래야만 기술 기반 중소기업이 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왔을 때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게 된다. 모두가 힘든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빨리 이 위기를 탈출하는 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을 기대한다.